아무것도 안 하니 심심하다.
한여름의 더위, 습한 공기와 끝도 없는 빗줄기에 마룻바닥처럼 몸과 마음이 눅눅하다.
그래서 더욱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딱 2주만 나태해지자.
나만의 여름휴가다.
말은 그렇게 하고서도 무엇인가 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딱 2주만 나태해지고 싶다.
아이들이 방학이면 뭐하나...
물폭탄에 명중되지 않기 위해서는 집에 있어야 한다.
선풍기를 틀었다. 그래도 눅눅하다.
에어컨을 틀었더니 조금 낫다.
저녁에는 내일 할 일을 메모해둔다.
아침이면 메모한 것들을 다시 확인하다.
출근길에 메모한 것들을 하나 둘 실천한다.
그렇게 하루를 만족하지 못한 채 끝낸다.
그리고 또 하루를 메모한다.
딱 2주만 나태해지고 싶다.
죄책감마저 들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여름휴가를 꼭 지키자.
아무것도 안 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