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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15. 2019

<졸따구 D>

<졸따구 D>는 두렵지만 기쁘다. 그는 신나지만 조심스럽다.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지만 섭불리 그럴 수 없다. 불과 하루 이틀이다. 그 사이좋은 일이 생겼다. 좋은 기회라는 말이 오히려 맞을 것 같다. 그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나는 <졸따구 D>에게 물어봤다.

“너 겸임 교수할 자유의지가 있어?”

“엄청 고민되는데요... 학생들한테 피해 갈까 봐. 능력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나는 그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분명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말했다.

“자유의지가 있냐 없냐가 중요해. 잘할 수 있다고 믿는데. 교육자로써 두려움보다 스스로 자유의지가 있냐고 다시 물어보고 싶군. 열정이지 뭐. 대답해.”

“있습니다.”

“좋아. 그럼 해봐.”

“제가 할 자격이 될까요?"

"못할게 뭐가 있어. 열정은 있지?"

"네."

"그럼 해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 이내 대답했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요. 그래도 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은혜 감사합니다.”

“알면 됐어.”

“고맙습니다.”


<졸따구 D>에게 행복한 선물을 주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2년 전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도 느낄 것이다. 겸임교수든 무엇이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남에게 배움을 받는 게 아닌 교육을 하는 입장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강의 내용이 많고 크고 어렵든, 내용이 적고 쉽든,  <교육>이라는 단어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교육 과정에서 나의 무지만큼이나 앎의 소중함과 학습의 영향력을 그도 느낄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가 <졸따구 D>에게 행복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겁다.




우리는 소주 한 잔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행복한 금요일 저녁. 그는 내 말했다.

“교육 자료도 어마어마하고, 강의평가도 너무 잘 받으시고, 제가 이겨보도록 할게요. 근데 샘은 원래 <깡>이 있었죠. 그게  교육자로 꽃필 줄은 몰랐어요. 원래 선생님의 달란트는 교수가 맞았는지도”


그는 선선한 저녁 바람을 등지고 취기에 행복해하며 말했다. 고마움의 표시와 평소 정리한 생각들을 거침없이 내게 말했다. 듣는 소리 중 <깡>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박힌다. 나는 생각한다.


<깡>…… 그래.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내 주관대로. 국어사전에 <교육>을 찾아서 그 뜻을 기준으로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했다. 기준을 무엇을 잡느냐가 중요하다. 강의료(돈)나 학교 가는 길(교통)을 생각하며 학생들에게 <교수님> 말을 들으며 으쓱하며 자만심으로 강의하는 것도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그 선택은 마음이다. 아무도 모른다. <교육>에 대한 결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잘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교육>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교육(敎育)「명사」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졸따구 D>가 어떤 기준을 선택할지는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가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 이제 시작이다. 미리 예측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저 먼 과거에 수많은 현자들도 그랬다. 분명한 건 <기준>이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매일 아침마다 우리는 지난 어제의 일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그 많을 걸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준>은 뇌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어제 듣던 그의 말 한마디가 신경 쓰인다. 일어나 책을 펼쳐서 찾아본다. 단편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그 부분을 찾아본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의 입을 빌려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졸따구 D>는 내게 한마디 말을 했다.

교수님이 맞는 거 같고 행복해 보여요.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어버린 <졸따구 D>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행복할 때가 아니다. 학생들과 마주치고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하며, 준비한 <깡>이 맞는지 아닌지 알아갔으면 한다.


그들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좋은 방향으로 인격이 변화되어 가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테다.

훗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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