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Jul 18. 2019

퇴근 후

반쪽짜리 내 일상

온전히 순수한 나의 시간은 퇴근 후 나의 일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공간이라는 가시적인 그곳에 내가 위치해 있을 때는 내가 누구인지 진정한 나를 찾기 힘들다. 공간이 주는 개념은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지하철에서 노곤한 몸을 이끌고 시원한 에어컨과 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나는 지금 어느 시점에서 숨을 쉬고 있다. 작은 가방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나를 찾아가는 소리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한 손에 들려진 작은 책은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된다.


그들의 목소리에 심취하는 나를 발견한다.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정말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가.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길은 따로 있을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이 나의 것인가.


아마도 나를 알아가는 순간은 퇴근 후 내 동공에서 반사되는 사물들과 내 귀에 들려오는 바람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아닐는지 모른다. 자신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신나지는 않지만 우두커니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하는 그 공간과 시간 속에 온전하고 순수한 나의 시간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퇴근 후 짧은 시간을 계획한다. 생각하고 실행하길 원한다. 그 이유는 뭘까. 진정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문득 생각에 잠기는 아침이다. 아니 새벽에 가깝다. 공간이 주는 질문에서 <퇴근 후>라는 개념을 재조명하고 싶어 진다. 일상 속에 내가 존재하는 개념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공간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글을 많이 접했다. 그러나 나는 질문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곳이 후에 내가 기억하고 가치를 정리할 시간과 공간이 맞을까.


퇴근길은 일상에서 나를 찾아주는 일련의 행위가 된다. 나를 찾아가는 방법은 이 길을 통해 필요하다. 공간 이동에서 시간 이동이 진행된다. 퇴근 후를 재조명하고 짧지만 긴 가치를 발견하면 삶이 더 풍성해질 것 같다. 퇴근 후 무엇을 할 것인가는 중요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찾고 안주를 주문하는 일상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보다 더 많은 정답도 있지는 않을까. 혼자만의 시간과 둘만의 시간에서 진정 나를 찾는 시간은 무엇일까.


알고 보면 생각해보면 온전히 순수한 나의 시간은 퇴근 후 결정될지도 모른다. 각자의 모습은 더러운 허물을 벗고 다시 깨어나는 나비와 같을지 모른다. 나의 반쪽을 찾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반쪽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 반복문이 삽입된 코드로 인하여 계속적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에서 브레이크(break) 명령을 삽입하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갈게 아니라 더럽고 습한 허물부터 벗어던지는 게 쉽지 않다. 나에게 퇴근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퇴근 후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퇴근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