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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Aug 28. 2019

초짜

첫 수업은

아침부터 지하철이 아닌 지옥철에 몸을 싣고 왕복 3시간을 보냈다. 하루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읽지도 않을 책을 펴고 생각했다. 오늘 첫 수업은 어땠는가. 항상 질문에 답은 아쉬움이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같은 내용을 좀 더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아쉬움이라는 꼬리표를 보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박혀서 쉽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멀었나 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첫 수업은 기대와 걱정을 안고 시작했다. 두 가지 감정이 생긴다. 그것은 기대하는 설렘과 걱정되는 불안감이다. 


오랜만에 학생들 얼굴을 보는 건 항상 설렌다. 한편으로는 지난 학기보다 수업을 더 잘해야겠다는 기대감도 많다. 머릿속에는 수업하는 이미지만 그려졌다. 작은 교실 안에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나는 자료를 띄우고 수업을 진행한다. 한 슬라이스가 넘어갈 때마다 학습할 내용이 보인다. 내 가슴 한 구석에는 잘해야 지하는 마음뿐이다. 하지만 막상 수업이 진행되면 그렇지 못하다. 예상했던 대로 되지 않는 법.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첫 수업이 끝났다. 이제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14주가 남았다. 걱정은 이렇다. 어려운 수업 내용을 잘 이해시키는 것이다. 50분 수업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었다. 설명이 잘 되었는지 가늠하는 시간이다. 여러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나는 학생들의 능력보다 가리치는 자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쉬운 내용이든 어려운 내용이든 쉽게 이해되도록 알려주는 게 능력이다. 그래야 학생들도 어려움 없이 인지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쉽게 설명하기가 여간 어렵다.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연습만이 정답이다. 학습할 자료를 보며 계속적으로 강의를 상상해야 한다. 전달할 내용과 연관된 단어와 문장을 잘 선택해서 말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를 보며 계속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시간이 총 8시간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강의하는 자도 듣는 자도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서 있는 자도 책상에 앉아 있는 자도 곤욕이다. 지루한 학습 내용과 강의는 가을과 겨울을 지내는 감성적인 우리에게 좋지 않다. 책임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지만 여러 요인을 좁히다 보면 결론이 나온다. 나만 잘하면 된다.


어떻게 잘하면 될까? 딱 두 가지로 함축해보고 싶다. 수업 시간 잘 지키기와 내용 쉽게 설명하기다. 이 두 가지만 충실해도 어느 정도 아쉬움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수업 시간에 맞춰 학습 내용을 세분화해서 어려운 부분과 쉬운 부분을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야 한다. 아직까지 난 초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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