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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해 Apr 04. 2017

벚꽃산책




4월입니다.

노란 개나리꽃이 담장위에서 웃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방금 그 담장 위를 지나쳐갔습니다.

비둘기 한 쌍이 뒤뚱거리며 걷고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랑스런 커플을 피해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습니다.








‘1년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벚나무에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꽃잎이 떨어지는 거리를 찾아갑니다.

사뿐히 떨어지는 것들 속에는 사랑이 깃들어있나 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꽃들이 축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청소부 아저씨에게 꽃은 귀찮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꽃은 아픈 추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비, 우박, 낙엽, 폭탄...

입학시험, 입사, 승급...

생각해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떨어져서 아름다운 것보다 

떨어져서 안타까운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우리를 어루만져줄 곳을 찾아 모여드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꽃이 되어 있습니다.

어제 우리에게 비, 우박, 낙엽, 폭탄, 좌절의 존재들이었던 이들이 꽃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1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당신이 지지 않는 서로의 꽃이 될 수 있다면...



2017. 4. 3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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