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걷는 길

by 정종해


저는 하루에 많게는 4시간 적게는 2시간씩을 걷습니다.

처음 걸었을 때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였고,

걷는 것이 익숙해질 때는 마음의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였고,

지금은 걸어가며 많은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얼마 전 제가 아는 지인은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달라졌다는 것을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게 꼭 다녀오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설명해도 우리는 모를 것입니다.


성지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우기 위해서 떠난다고 합니다.

인간이 창조해 놓은 세상살이에 채워놓은 무거운 짐들을 걷고 느끼고 때론 명상하며 훌훌 털어버리고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두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때론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돌아오거나,

잠시 휴식같은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전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저마다 그 길을 떠올립니다.

그 길 위에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하지 못한 대화를 나누고 돌아옵니다.

쓸쓸하지만 결코 쓸쓸하지 않은...

나의 내면과 만나 하나이지만 둘일 수 있는...

더 없이 유일한 산책이어서 힘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것일지 모릅니다.

마치 조용히 들려오는 그리운 옛 노래 같고, 낯선 장소에서 발견한 노란 불빛의 위안 같고, 노랗고 붉은 석양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검은 실루엣의 자신의 뒷모습 같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금 자신을 토닥여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길게 4시간을 걸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니 종아리가 조금 아려옵니다.

현관문을 열며 생각합니다.

왜 빠른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 되지 아까운 시간을 길 위에 낭비하느냐고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이제 대답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버스나 지하철이 없어도 가는 법을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걸어가는 인생, 내가 추구하는 그림들, 그리고 한걸음 씩 내딛는 내일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빨리 가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한걸음씩 걸어가면 버스나 지하철이 없어도 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같은 길을 걷더라도 잘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길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저는 계속 걷게 될 것입니다.

빠른 길보다 천천히 세상을 바로 보며 걷는 길을 선택하겠습니다.



2017. 6. 3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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