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아줘

감사한 일들

by 정종해



지금은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오래전 아버지가 아프실 땐

가족 모두가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땐 이 힘겨운 상황만 벗어난다면 더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일년간 교과서 삽화작업 때문에 일이 너무 많아서 잠자고 일어나 일만 하던 때에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년만 잘 참으면 더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 만나다보니 특별한 것이 점점 사라져서

살사 수업을 신청했었습니다.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더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난 자리는 한동안 평온하였지만 어머니가 외로워졌습니다.

그렇게 많던 일이 끝나고 한동안 여유를 가졌지만, 곧 경기침체가 불어 닥쳐 몇 년 일이 뚝 끊겨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사수업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였지만,

곧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중한 업무와 야근, 정신적 스트레스가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외롭지 않게,

일과 활동이 많아지길,

사랑하는 사람이 휴식을 가질 수 있길...

그것만 이루어진다면 더는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또 다시 듭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늘 힘겨운 것 같습니다.

그런 힘겨운 감정 때문에 감사할 틈이 없습니다.









무더운 여름 소나기가 내려주어서 하늘에 감사하고,

아침에 잠을 깨워주는 새소리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채소장수 아저씨의 확성기 소리에 힘을 얻게 됨에 감사하고,

늘 커피한잔으로 죽치고 않아 작업을 하는 나를 다정하게 맞아주시는 신촌의 AFRO 커피가게 사장님과

나의 블로그를 찾아주어셔서 격려를 해주시고,

또한 힘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남겨주셔서 오히려 더 힘이 되고 있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감사하고,

힘겨운 노동을 하는 형님이 어느날 스스로가 키운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상자에 담아

“힘든 사람끼리 나눠먹는 거지!” 하시는 말씀에 고맙고,

제 그림을 애니메이션 회사에 소개시켜준 대학동창 H군,

잊지 않고 때마다 소식을 알려주는 출판사 담당자분들,

정작 본인이 많이 힘들어도 오히려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랑하는 그녀,

그녀의 형제들의 안정,

학대받았던 유기견 달리가 그녀의 집에서 사랑받아서 많이 밝아진 일,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어느 아주머니,

힘겹게 산자락을 오르내리는지만 정을 잃지 않는 북아현동 노인분들,

지금도 자주 외로운 어머니를 찾아가는 누이들,

무엇보다 고독하게 묵묵히 저를 키워주신 하늘나라 계신 아버지...


이렇게 글로 일일이 적어 나가다보니 감사해야할 일들이 참 많다고 느낍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작은 수첩에 손으로 직접 메모를 하거나

아니면 컴퓨터 자판을 한자 한자 두드리거나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손가락으로 톡톡

감사한 일들을 떠올려 나열해보세요.

그럼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거라 믿습니다.


힘겨울 때마다 감사한 일들을 ‘꺼내먹어요’.

자이언티의 노랫말처럼...


2017. 7. 17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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