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꿈은 사라졌다.
‘신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믿음은 사라졌다.
가끔 너무 행복한 꿈을 꾸고 있으면 깨지 말았으면 했다.
가끔 너무 사랑스러운 글을 보고 있으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가끔 너무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면 멈추지 않길 바랐다.
영원히 그 느낌 그대로 살 수 있기를...
낯선 언덕마을을 찾아갔다.
비를 머금은 자갈길을 따라 돌을 쌓아 만든 집과 계단들이 미로처럼 이어졌다.
창가의 순진한 꽃들이 낯선 이방인을 보며 수군댔다.
한가한 고양이가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몸을 비볐다가 사라졌다.
대답하는 이 아무도 없었지만 금세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던 나는 돌아가야 한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영원히 그곳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마음이 두려워서 벅찬 사랑을 떠나야만 했을까?
마중 나온 석양과 긴 그림자는 예쁘게 포장한 이별의 쓸쓸함을 선물로 주었다.
어김없이 기차는 도착했고, 나는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순간만이 축복이었을지 모른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그 고귀한 감정을 익숙함 속에 잠재워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행운아에요.”
“왜죠?”
“이곳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무슨 소리에요. 난 이곳이 지긋지긋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허무를 알기 시작했다.
‘행복은 없는 거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삶은 무거워졌다.
그러나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행복이 없기 때문에 불행(행복하지 않음) 또한 없는 것이라고
그러나 하늘은 늘 먹구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오늘 먹구름은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다고
매일 매일이 다르기 때문에 매일 매일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게 고마운 것이라고 말한다.
‘고마운 것’, ‘감사한 것’
어쩌면 그 마음이 잘 살아내는 방법일지 모른다고
체념은 말한다.
2019. 6. 26
-jeongjong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