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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 Oct 21. 2019

사막에서의 나 혼자 시간
모로코 사하라 사막

아프리카-모로코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에 가기 위해서는 페즈에서 10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메르주가라는 도시 근처에 가야 했다. 야간 버스기 때문에 버스에서 자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완벽하게 포장되어있는 도로도 아니었고 10시간 내내 덜컹거리며 날 괴롭혔다. 다음날 새벽 4시 드디어 사하라 사막 근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동네에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두 곳의 사막 투어 전용 숙소가 있었다. 그중 하나를 선택해 우리 일행은 자리를 잡았다. 숙소는 하루에 15유로(20,000) 원 정도인데 아침과 저녁을 제공했다. 어두울 때 숙소에 들어가서 밖을 못 보고 들어왔다가 짐만 풀고 나와봤다.

사막

밖을 나와보니 바로 사막이 보였다. 5분만 걸어가니 낙타가 쉬고 있었고 10분만 걸어가면 커다란 모래산이 있었다. 스케일에 놀라고 이제 사막 투어를 언제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이 내일 4명 정도 온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있던 일행이 내일 같이 2박 3일 사막 투어를 갈 것을 제안했으나 나는 고민 끝에 혼자 먼저 가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혼자 아프리카에 떨어질 생각이 두려워서 일행을 구해서 들어갔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사하라 사막에서 보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국인은 나 혼자 그리고 네덜란드 가족 10여 명과 함께 떠났다. 사막 투어는 2박 3일로 대부분 낙타를 타고 진행된다. 

내 낙타 짐이 많아 힘들었겠지.

해가 떠 있을 때 뜨거워진 모래는 해가 지자마자 바로 시원해지기 때문에 사막에서는 대부분 맨발로 다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낙타를 타고 도착한 곳은 첫날의 베이스캠프.

사막 한가운데의 베이스캠프

첫날의 베이스캠프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도착한 후 저녁과 마실 물은 제공하지만 당연하게 숙소의 등을 제외한 전기와 화장실 물을 쓸 수 없었다. 

사막의 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장작에 켜 놓은 불을 둘러싸고 네덜란드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암스테르담을 여행한 이야기, 남자아이와는 축구와 게임 여자 아이와는 K-pop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보냈다. 나도 언젠간 가족들과 함께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겠지 생각하며 첫 날을 보냈다. 


두 번째날은 낙타를 한 번 더 타고 다른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한 네덜란드 가족 모두는 1박 2일 투어라서 다 집에 돌아가고 오직 나와 가이드만이 두 번째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가는 동안 가이드와 둘이서 서로 낙타 한 마리를 돌아가면서 타고 서로의 언어를 따라 하는 등 재밌게 놀았다. 

낙타와 사막

두 번째 베이스캠프는 상당히 괜찮았다. 전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전용 식당과 야외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화장실에 물도 내려갔다. 그렇게 캠프에 가방을 풀고 사막 한가운데의 간이침대에 누웠다. 엄청나게 건조하고 더울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바람도 불고 시원했다. 쉬고 있는데 가이드가 다가와 점심을 줬다. 

점심 먹다가 찍어서 좀 그렇긴 한데...

처음에 빵, 고등어 샐러드와 콜라를 주길래 오 괜찮게 나오네 싶었는데 갑자기 닭고기, 모로코식 계란 요리를 가져다주었다. 깜짝 놀랐다. 밥은 혼자 먹는데 음식은 몇 개를 주는 건지. 밥을 다 먹고 드디어 약 4일 만에 모로코에서 첫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하나도 안 시원했지만 사막에서 맥주 마시는 기분은 정말 특이했다. 혼자 맥주를 마시는데 직원들이 와서 또 간식을 준다.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

그 이후로도 저녁시간과 밤에도 그들이 제공하는 밥을 먹으면서 혼자만의 사막에 대한 낭만을 느꼈다. 그렇게 혼자만의 2박 3일 사막투어를 마치고 이번에도 가이드와 둘이서 마을에 낙타를 타고 돌아왔다. 마을에 도착해서 이제는 마을을 구경했다. 마을은 정말 작았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들과 식당 3개 정도가 끝인 듯했다. 마을에서 이어폰을 하나 사고 싶어서 온 마을을 전부 뒤졌는데 결국 한 군데도 못 찾았다. 


숙소에서는 무료로 저녁까지 줬다. 한국인 일행들은 모두 사막 투어를 떠났기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데도 진수성찬을 차려놓았다. 

빵 샐러드 닭, 감자 라면

저기 보이는 음식은 모로코식 라면이다. 우리나라 라면과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했다.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을 생각해다 크로아티아에서 약 한 달 전에 사놓은 라면 먹고 스프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가방에서 스프를 꺼내서 섞어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셰프 샤우엔이나 페즈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입에 잘 안 맞았는데 여기서 먹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었다.


그렇게 다음날 한국인 여행자들이 사막투어에서 돌아오고 우리는 다섯 명이서 미니밴을 빌려서 마라케시로 향했다. 3일 전 버스에서 엄청나게 고생한 것을 기억해 가격이 비슷한 미니밴을 선택했다. 마라케시를 간 이유는 바로 포르투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마라케시는 우리가 갔던 어떤 모로코의 도시보다도 거대했다. 신시가지에는 쇼핑몰, 스타벅스 등 신문물이 있었다. 마라케시에서는 하루만 숙박한 뒤 길다면 긴 약 10여 일의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포르투로 떠났다. 

모로코식 비행기 타기 ㅋㅋㅋ 나도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런 방식의 비행기 탑승은 처음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남미나 동남아에서 비행기를 탈 땐 이렇게 타는 비행기가 많았다. 다음 여행지는 다시 유럽으로 복귀이자 마지막 유럽 포르투갈. 포르투 여행이 끝나고 집에 잠깐 돌아갔기 때문에 내 1차 여행의 마무리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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