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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 Dec 11. 2023

밤과 함께 찾아온 것은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중

 


이 노래에서 밤은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둘만의 달콤한 비밀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것을 가져다주었다.





아빠께서 하늘의 별이 되신 후. 엄마는 눈물로 매일 밤을 지새우셨다. 아직 아빠의 영혼이 우리 방에 있기라도 했던 걸까? 엄마는 눈물과 콧물이 잔뜩 서려 있는 목소리로 그리움에 사무친 말들을 읊조리셨다. 그렇게 지쳐 서야 겨우 잠에 들곤 하셨다. 나는 밤마다 그런 엄마의 슬픈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혹시나 엄마의 슬픔을 엿들은 것이 들킬까 마음을 졸이면서 말이다. 



엄마의 슬픔이 나에게 전염됐던 걸까? 그 시절 나는 죽음을 두려워했다. 나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었다. 내 옆에 자고 있는 엄마의 죽음이 두려웠다. ‘엄마가 하늘로 가버리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농축된 눈물 한줄기가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일수였다. 엄마의 옷자락을 꼭 쥐거나 눈물 젖은 뺨을 엄마 팔에 묻은 채 잠에 들곤 했다. 그런 나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었다. 내가 엄마보다 1초 늦게 죽는 것이었다. 엄마께서 나의 죽음으로 또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게 싫었다. 동시에 나 또한 엄마의 죽음으로 아프기 싫었다.


 
그때 당시, 밤은 슬픔과 두려움이라는 그림자를 엄마와 나에게 데리고 왔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그림자 속에서 얼어있는 엄마와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녹여주고 싶다. 하룻밤만큼은 떨지 않고 행복한 잠을 잘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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