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마라톤 도전기
이 연재의 첫 글에 영화 '말아톤'과 마라톤을 닮은 인생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첫 연재를 시작하고 3달이 지났다. 현재의 나는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해 주마다 훈련 계획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오늘자로 일일 40 km 러닝을 마쳤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러닝에 대한 체계를 많이 갖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나만의 달리기 철학이 더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러닝과 관련한 영상들이 많이 뜬다. 다양한 러너들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법, 러닝 장비 등 실용적 지식까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꽤 많이 올라온다. 요즘 러닝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는데, 최신 영상들과 조회수를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한다.
특히 관심을 가졌던 영상들은 주법에 관한 것들이었다. 꽤나 오랫동안 러닝을 해왔지만, 기록과 대회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그렇기에 러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도 않았다. 이번 마라톤을 도전하는 김에 주법을 제대로 익히고 싶어 영상들을 이것저것 보며 공부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나온 자세를 따라한 첫날,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몸에서 난데없는 통증들이 느껴졌다. 물론 내가 영상들에 나온 내용을 잘 못 따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영상들 속 자세를 따라 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맞는 자세를 스스로 체득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에게는 달리기 철학이 생겼다. 나에게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하체, 호흡, 그리고 마음가짐이다.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장거리 달리기를 부상 없이 해낼 수 있다.
우선 하체. 하체는 물리적으로 지면과 직접 닿으며 내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 이를 위해, 나는 골반의 롤링*과 둔근의 추진에 집중한다. 이 두 가지 움직임에 집중하면 발목, 무릎에 가해지는 힘은 줄어들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사라진다.
* 롤링은 자동차 바퀴처럼 원을 그리며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작이다.
호흡. 호흡은 케이던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는 이 호흡을 팔의 움직임(일명 팔 치기)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절한다. 달리는 중 팔을 빠르게 치면서 호흡도 그 속도에 맞춘다. 이 과정이 빨라지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과정이 짧아지게 되는데 (무산소에 가까운 상태), 그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불편함이지 힘듦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케이던스란 분당 걸음수를 측정하는 수치. 케이던스가 높을수록 더 빨리 발을 구르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가짐. 마라톤을 하게 되면 몸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럴 때면 마음가짐을 몸의 상태에 맞게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달리다 보면 걷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럴 때면 나는 하체, 호흡 각각에 말을 건넨다.
'하체? 괜찮아! 호흡? 괜찮아! 그럼 뛰어!'
40 km를 달린다고 하면, 목표를 잘게 쪼개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10km까지만 멈추지 말고 달리자' '2km만 더!'
전환점을 돌아야 할 때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할 때는, 나태해질 수 있는 나를 다독인다.
'이때야말로 속도를 내야 해!'
'뒷벅지 일하자!''지금 이 속도, 지금 이 팔치기 속도로만 가면 돼!'
장시간 달리기 위해서는 이렇게 끊임없이 스스로와 대화를 하며 몸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
하체, 호흡, 마음가짐. 각 시간대별로, 내 몸의 상태별로 이들 중 주도하는 것이 바뀐다. 처음에는 호흡을 통해 달리는 속도를 갖춘다. 초반 5km 이상이 되면 적당히 몸에 열이 오르게 되는데, 그때부터 하체에 더욱 집중한다. 골반의 롤링과 둔근의 추진력에 탄력을 가한다. 마음은 수시로 내 몸과 대화를 나누며 전체적인 기세를 잃지 않고 몸을 이끌어 나간다.
어찌 보면 나는 러닝을 하면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도 자연스레 배우는 것 같다. 인생에서도 몸, 마음, 정신이 중요하지 않은가. 러닝도 인생도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서로서로 도와주고 이끌어 나갈 때, 우리는 삶을 전에 없던 육감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다.
러닝에서 하체, 호흡, 마음가짐이 균형을 이룰 때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듯, 인생도 몸, 마음, 정신이 조화를 이룰 때 더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여전히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향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각자만의 속도, 각자만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