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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 Dec 13. 2023

현실을 떠나 신세계로 가는 발걸음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라는 노래를 아는가? 이 이름이 낯설다면 영화 죠스에서 죠스 등장 음악을 아는가? 따단. 따단. 따단따단따단. 아마 다들 ‘아~ 그 노래~’라며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익숙한 노래지만, 이 노래의 전체 흐름을 다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4악장 전체를 들어보자. 초반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죠스 등장 노래가 흘러나온다. 언제 죠스가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농축된 음들이 우리 귀를 두드린다. 하지만 초반을 지나가면, 노래는 전혀 예기치 못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현악기가 펼쳐 놓는 산뜻한 꽃밭이 펼쳐진다. 그 부분을 듣고 있으면 마치, 흐드러진 꽃밭 위를 스치듯 날아다니는 새가 되는 기분이다.



이 노래의 제목은 ‘신세계로부터.’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막바지에는 결국 한식을 찾는다. 포르투갈의 항구도시 포르투에서도 나는 한국인이다. 속이 꽉 찬 김밥 사진이 한 한식당의 후기에 담겨 있었다. 그래, 너로 정했다. 그 한식당은 중심지에서 꽤나 떨어져 있었다. 길을 잃지 않으려고 폰에 든 지도를 손에 꼭 쥔 채 걷고 또 걸었다. 



폰의 안내를 따라 낯선 골목들을 거닐다 보니, 색다른 동네를 만났다. 마치 블랙홀 속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다른 시공간 속 세계에 온 거 같았다. 시끌벅적한 중심지의 소리들은 외진 골목들의 필터 속에 잦아들었다. 잦아듬에 익숙해질 때쯤, 다른 시공간 속 활기찬 동네를 만난 것이다. 그 동네에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이너 가게가 있었다. 3-40분을 넘게 마음을 빼앗겼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여행은 걸으면 걸을수록 달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한 식당은 한국인 부부께서 운영하셨다. 사장님들의 초등학생 아들은 열심히 휴대폰 영상을 보며, 가게 한 구석에서 놀고 있었다. 저 아이는 분명 놀기의 달인인 게 분명하다. 혼자서 저렇게 잘 놀다니....... 그 가족 분들은 어떻게 포르투갈까지 오게 됐을까? 호기심병을 참으며, 대화 나눌 기회가 오기를 바랐다. 그렇게 여자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원래는 말레이시아에 사시다가 8개월 전 포르투갈로 건너오셨단다. 남자 사장님의 도전 정신을 도화선삼아, 포르투갈로 건너오신 거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과 대화하던 중, 포르투갈이 살기 좋다는 말을 듣게 됐고, 오케이~ 하면서 오셨단다. 



포르투갈 거주인 된 지 8개월, 가게 사장님 된 지 불과 3주. 타국에서의 초반 생활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다. 여자 사장님께서 비자문제, 한인 커뮤니티가 적은 데서 오는 외로움과 불편함 등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분들께도 김밥과 떡볶이 같은 행복의 보상이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내가 낯선 골목들을 지나, 새로운 동네를 발견하고, 맛있는 김밥과 떡볶이를 먹게 된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걸어가시는 두 사장님과 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두 주먹에 꾹꾹 눌러 담아, 응원할게요! 파이팅! 을 외치며 가게를 나섰다. 



두려움과 설렘은 한 끝 차이다. 아니다. 어쩌면, 같은 감정을 두고 두려움은 악마가, 설렘은 천사가 속삭이는 말일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은 세계, 신세계로의 발걸음은 하여간 두려움과 설렘을 담고 있다. 그 발걸음들은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모를 성장통을 느끼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러다 한쪽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다른 쪽 발을 번쩍 들어 올린다. 그렇게 뛰어가고 날아오른다. 마치 꽃 밭 위를 스치듯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앞 길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우리는 걷고 또 걷는다. 김밥과 떡볶이를 먹게 될 그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여행과 인생의 공통점이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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