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웃음을 주고, 따뜻하게 안아줘서 고마워.
부모님께서 결혼을 앞둔 내게 하셨던 말씀은, ‘엊그제 낳은 것 같은데 다 커서 결혼을 하네’였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그땐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는데,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사실이었다.
엊그제 낳은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새에 훌쩍 자라 있다. 매일 함께 있으니 둔감해질 뿐이다.
세 살 터울로 둘째를 낳고 언제 키우나 싶었는데 벌써 초등학생이다. 일 년 전 사진만 봐도 너무 작아 보여서 놀란다. 지우가 벌써 4학년이라니. 언제까지나 아기일 것 같던 막내 지수가 초등학생이 되다니.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다.
이렇게 붙어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
눈 깜짝할 새에 시집간다고 할까 봐 겁난다. 아이들이 독립하면 지금처럼 가족 여행을 자주 가기도 힘들겠지. 여행, 캠핑, 등산, 도서관 나들이, 놀이터 가기, 보드게임을 최대한 오래 함께하고 싶다.
아이들은 나의 단점을 보지 않는다.
난 항상 아이들에게 일어나면 이부자리 정리해야지, 밥 먹고 바로 이 닦아야지, 숙제부터 해놓고 놀아야지, 놀고 나면 바로 정리해야지 하며 잔소리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내가 가끔 힘들 때 식탁을 바로 치우지 않아도, 청소를 안 해도, 누워있어도 뭐라고 한마디 하는 법이 없다. 항상 엄마는 너무 예뻐, 요리를 잘해, 상냥해 같은 좋은 말만 해주는 나의 천사들.
우리 딸들은 엄마를 잘 도와주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학교도 지각 한번 안 하고 잘 다니고, 스스로 등하교하고 책도 잘 읽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고 밥도 잘 먹는다.
매일매일 힘껏 칭찬해 주고 사랑만 주자. 잔소리는 줄이고.
아, 엄마 말씀이 생각날 때가 또 있다. 지우지수가 싸울 때.
내가 두 살 아래 여동생과 싸울 때면 엄마는 “어이구, 나중에 너랑 똑 닮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하셨는데, 정말 똑 닮은 딸 둘을 낳았다.
아이들이 싸우면 엄마와 똑같은 말투로 같은 말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안돼!!” 소리 지르며 절규하는데 표정이 가관이다.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할머니 되고 손주 생기면 보여줘야지.(얘가 너희 엄마란다)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책 보다 더 큰 가르침을 주는 건 언제나 우리 예쁜 딸들이다.
아이들이 나를 키운다.
지우지수가 날 성장시킨다.
결혼 전 젊었을 때보다 아이들 엄마인 지금의 내가 좋다.
온전히 사랑만 주는 아이들이 곁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지우야, 지수야, 엄마가 아주 많이 사랑해.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밝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해맑은 웃음을 주고, 따뜻하게 안아줘서 고마워.
엄만 늘 우리 지우지수 편인 거 알지? 우주만큼 보다 더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