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대화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들의 대화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숟가락만 들어도 웃긴 것 같다.
방귀, 똥, 코딱지, 트림 같은 단어도 웃음 버튼이다.
어른들은 듣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아이들은 자지러진다. 그림책에도 이들은 단골 소재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방귀쟁이 며느리>, <똥볶이 할멈>...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을 볼 때마다, 아빠에게 방귀 좀 그만 뀌시라고 호소하는 소파의 간절한 외침에 아이들은 폭소한다.
남편이 "뿌앙" 하고 우렁찬 방귀를 뀌면 "아빠 방귀 뀌었어!!"라고 소리치며 일단 코는 막지만, 방방 뛰며 웃느라 정신이 없다. 인상을 쓰는 건 나뿐이다. (남편에게 방귀를 트지 않았으므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본다)
가끔 남편 방귀 소리가 말소리로 들리기도 해서 부엌에 있다가 "뭐라고~?" 하며 대답하기도 한다.
이건 방귀와의 대화랄까...
유월의 마지막 날 아침, 아이들과 나눈 대화 기록도 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빵을 먹던 아이들이 대화하다 말고 나를 부른다.
지우 : "엄마 지수가 자꾸 나한테 반말해."
나 : (책에서 눈을 못 떼며 대수롭지 않게) "외국에선 그냥 다 이름 부르잖아."
지우 : "여긴 외국이 아니잖아."
지수 : (발음을 굴리며 장난스럽게) "난 프랑스인이야 쥐우~"
나 : "프랑스어로 말을 안 하네?"
지수 : (계속 발음을 굴리며) "한국말을 배웠숴~"
이 대화는 억양을 글로 담지 못해 아쉽다.
지수의 완벽한 외국인 성대모사로 다들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정말 한국말을 잘하는 프랑스인 같았으니까.
게다가 산타할아버지 말투였다. 앞니도 두 개 다 빠져서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까지 완벽!
등교하기 전, 지수와 나눈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지수가 그릭요거트를 먹으며 말한다.
"엄마, 선생님이 음식을 한입에 먹어야 복이 온다고 하셨어."
"그랬어? 지수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기억도 잘하네."
(요거트를 작게 한 숟갈 뜨며) "이렇게 조금씩 떠서 한입에 먹어야겠다."
어른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크다.
난 아이에게 어떤 말들을 들려주고 있을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잘하면서 정작 나는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자기 전, 아이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곱씹으며 나의 말들을 검열해본다.
해처럼 따스하고 별처럼 반짝이는 사랑의 말들을 많이 들려주기로 다짐하면서.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누고 기록해서, 우리만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쌓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