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대수롭지 않다.
그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개월이라는 시간 속 나는 안정을 찾아갔다. 이제는 자주 가는 카페도 생기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도 생겼다. 그래서인지 밖으로 나가는 일은 나에게 더 의미가 있어졌다. 예전에는 지리를 익히기 위해서, 나가서 영어 한 번이라도 더 쓰기 위해서 밖으로 나간 게 컸다면, 요즘은 나와 같은 입장의 워홀러들에게 내가 느낀 하루하루의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밖을 나간다.
그리고 이 거듭된 여정에도 뭔가 output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수많은 찰나의 감정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너무 쉽게 휘발되어 버리고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순간들을 억지로 떠올리면 너무나 아깝고 초조했다. 내 생각을 퍼질러 놓을 공간이 필요했고, 블로그가 딱 좋은 공간이었다. 적당히 대충 읽어주는 사람도 많고, 내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끝까지 읽어줘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르는 공간이기 때문에, 실친들에게는 차마 부끄러워서 혹은 자랑거리가 될까 봐 풀어내지 못했던 깊숙한 속마음을 담백하게 풀어나갈 수 있어 더 좋았다.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핸드폰에 두서없이 적어 둔 메모들과 갤러리에 저장된 수십 장의 사진을 확인하며, 그날의 추억을 회상해서 한 편의 글로 재구성하는, 그 하루 일과가 나는 너무 좋았다.
글은 타지에서의 내 외로움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스스로 잘한다고 여겼던 영어는 왜 이리도 안 들리고 입안이 쩍쩍 마르고 갈라지던지, 하루하루 새로운 벽을 만나는 기분이다, 또 오늘은 일하면서 어떤 진상 손님을 만났는데 이런 점은 참 기분이 나쁘더라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어쩌면 별거 아녔을 내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버상의 인연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외롭고 힘든 타지 생활들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둠이 뒤덮이는 저녁 풍경..
차갑지만 분명 내일의 멋진 하루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