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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24. 2022

워킹 빼고 홀리데이!



확실히 토론토는 먹을거리도, 즐길거리도 가득한 곳이었다.

진짜 동물소리도 가끔 들리는 조용한 곳에 있다가 이렇게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토론토로 오니, 서울쥐가 서울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뜨끈 미지근할 뻔했던 워홀 생활이 작지만 큰 선택이었던 지역 이동으로 인해 많은 게 숨통이 트인다. 


며칠 내내 CN Tower, Eaton centre, Lawlence Market, Distillery District 등 핫플이란 핫플은 죄다 찾아다닌 것 같다.


@Lawlence market, toronto                                                                           



본격적인 구직 활동은 다음 주로 미뤄두고는, 남은 주말을 더더욱 알차게 보내고자 Niagra Falls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까지 계획했다. 워낙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전경 101'에 속하는 유명 랜드 마이크이기도 했고, 호스텔에서 인연을 맺은 룸메이트들도 하나같이 "좋았다, " "웅장했다, "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안 갈수야 없지! 


마음이 한껏 들떠서 나이아가라 폭포행 그룹 투어나 메가버스(우리나라의 고속버스 격인 교통수단)를 알아보던 중, 때마침 현관문이 띠릭- 열리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일을 끝내고 돌아온 Benji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당장 내일 1박 2일로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을 다녀올 것 같다고 하니, 거기까지 혼자 잘 다녀올 수 있겠냐... 고 걱정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내게 뜻밖의 제안을 하나 해왔다. 곧 Jonalyn과 자신의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는데 이왕 가는 거 같이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안 그래도 자신들끼리만 어디 다녀오기에는 혼자 남는 내가 너무 신경이 쓰일 것 같다며, 기념일인 만큼 비용도 본인들이 다 책임질 거니 그 부분도 걱정 말라고 덧붙였다. 토론토에 도착한 지 보름도 안 된 외로운 워홀러에게 이런 서윗한 제안이라니... 급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나도 나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가족들도 기분이 들떠 보였다. 사실 원래는 첫날에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 쪽 폭포까지 구경하고 마지막은 아울렛 쇼핑으로 찍고 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Benji가 여권을 나 두고 왔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미국행은 허무하게 무산됐다. 뭐 그래도 앞으로 미국 갈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니깐 괜찮다.


주말에 Thanksgiving 연휴 날까지 겹쳐 교통은 조금 혼잡했고 가는데만 2시간 더 걸린 것 같다. 장롱면허라 운전도 못 도와주고, 얻어만 먹는 것 같아 가는 길에 간단하게 주전부리랑 음료수는 내가 쏘는 걸로 감사함을 대신했다.





비 올 확률이 60%라는 라디오 기상청의 말과는 달리, 찬 바람이 조금 불어댈 뿐 하늘은 너무나도 맑았다. 나이아가라에 도착해 내 눈에 담긴 첫 폭포의 모습은 아메리칸 폭포였다. 국경 사이에 폭포가 걸쳐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감탄하며 아이폰 카메라로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나를 Jonalyn이 잡아끌며, 여기보다 캐나다 폭포가 그렇게 이쁘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조날린의 말이 맞았다. 캐나다 쪽이 확실히 스케일도 더 컸다. 

호스슈 폭포(Horseshoe Falls) - 캐나다 쪽에서 배를 타고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바로 호스슈 폭포다. 내가 흔히 사진으로 봐왔던 그 웅장한 폭포가 이 폭포였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거의 천둥처럼 크게 들려왔고, 폭포 수 위로 수줍게 핀 무지개마저 참 영롱했다. 너비가 무려 671m, 낙차가 55m가 되는 거대 사이즈로, 그 모습이 마치 말발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호스슈(Horseshoe)에 다가갈수록 그 영롱함은 더 커졌고, 세찬 물안개 때문에 아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폭포가 더 웅장해 보였다.




실제로 본 나이아가라 폭포는 내가 생각한 캐나다,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도시의 이미지에 가장 근접했다. 온통 높은 건물에 거리 위의 수많은 자동차들, 사람도 많고 복잡 복잡해 보이던 다운타운의 모습과는 모순적으로 너무나도 평화롭고, 깨끗한, 쾌적한 공기, 그리고 맑은 하늘까지. 시티와 자연이 이렇게도 공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고 신기할 따름이다. 뭐랄까 다 착각 같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환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잠시 상상해 봤다.


그렇게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창가 자리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될 워홀 일상들을 준비했다. 요 며칠간 정말 후회 없이 푹 쉬었다지만, 이제 일자리를 구하고 하면 바빠지겠지. 그래도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는 많다. 오프 때는 지금처럼 놀러도 다니고, 봉사활동이나 랭귀지 익스체인지 같은 다양한 경험도 시도해봐야지. 아, 이제 이 워홀기도 점점 중반기로 접어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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