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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23. 2022

여기, 토론토


한적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사람 냄새가 풍기는 대도시로 이사 가는 날. 토론토는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 같달까? 물론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이지만..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이 밀집한 지역이자 가장 활발히 경제활동이 완성한 이곳 '토론토'가 캐나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빅토리아에서 벤쿠버 공항, 

그리고 다시 토론토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멀고도 먼 여정. 


같은 나라에서 도시 이동을 하고 있는 게 맞는 지 의심될 정도로 

캐나다는 땅 덩어리가 넓어도 너무 넓었다.






난생처음...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빅토리아까지 이동하던 과정도 만만치 않았기에) 10시간도 훨씬 넘는 두 번째 장거리 비행에 완전히 녹초가 되버렸다. 다행히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가는 교통편이 잘 되어있었기에 예약한 호스텔까지는 별탈없이 도착했다.


쪼마난 방 하나에 2층 벙커 침대들이 비집듯 들어와 있던 도미토리 방. 캐리어며 배낭가방이며 널브러져 있는 환경은 여전히 적응 안되는 것들이지만, 빅토리아와 비교하자면 시설 컨디션이 꽤나 좋았다.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짐 옮기기도 수월했다. 문제는 나의 저질 체력이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게만 느껴져서 얼른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 위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 밖에는 없었다. 본격적인 업무는 다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조용히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좋은' 홈스테이를 구하려면 여러가지 노력과 운도 따라줘야 한다.

우선 내가 구하는 기간에 그집에 빈방이 있어야 하고, 내가 그 집이 좋은 집인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몇번 안되는 경험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 느꼈던 나의 집 구하기 팁들을 몇 개 적어보자면.



일단 본인의 성향을 파악해야한다. 본인이 자유로운 영혼인지, 처음 보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해 하는 성격은 아닌지 잘 생각해봐야한다. 특히 애가 있는 집은 확실히 그렇지 않은 집들에 비해서는 가족 모임이라던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 지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녀가 있는 지의 유무도 내가 머물 홈스테이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동물 있는 곳은 웬만하면 피하자. 강아지나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라 하고 귀여워하는 나이지만.. 확실히 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집들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다. 먼저, 음식에 동물 털 들어가는 건 기본이고, 옷에 하얀 털들이 붙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만약 머물고 있는 곳에 건조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정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그냥 확시히 동물 없는 곳이 더 깔끔할 것 같다.


계약 전 House Rule을 꼭 확인하자. 디파짓을 내고 이것저것 물어봐야 늦었다. 입주 전 디파짓을 건내기 전에 그 집의 룰을 꼭 확인 해야한다. 예를 들면 1)통금 시간은 없는지 2)샤워 횟수와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3)식사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4)유틸리지 비용은 포함인지 - Extra charge를 받는 곳도 있다 5) 홈에서 공용 물품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분되어 있는지 6) 빨래는 횟수 제한이 없는지 등등 현지에서 뷰잉하기 전에 꼭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서 뷰잉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그외에 이 집에서 자주 해먹는 식사 메뉴는 어떻게 되는지도 물어봐도 좋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집을 보러다닐 때 집주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냉장고까지 살펴봤을 정도였다. 워낙 그 전에 음식문제로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다. 베드버그, 화장실 개별 사용 유무 같은 것들은 다른 데에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이닌 생략하겠다.





가장 서두른 일은 역시나 집 구하기였다. 사실 이번만 3번째 집구하기고, 지난 첫 홈스테이 구할 때는 집 보자마자 바로 당일 계약까지 해버려서 남은 6일의 호스텔 비를 거의 날려먹었던 셈이기에 (물론 끝은 안 좋았지만..) 이번 임시숙소는 조금 타이트한 감이 있긴 하지만, 4박 5일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대도시답게 어마 무시한 집값도 한몫했지만, 더 심각한 건 정말 충격적으로 영어가 들리지 않았다는 거다. 이것이 시골 지역과 도시 지역의 차이라는 건가.. 빅토리아가 발라드라면, 토론토는 정말 숨도 안 쉬고 다다닥 말하는 랩처럼 들렸다. 게다가 필로피노계, 대만계, 호주계 등등 다양한 이민족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보니, 그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캐나다 영어와는 또 다른 영어가 들려왔다.


한 번은 이탈리아계의 캐네디언 집주인과 전화로 뷰잉 약속을 잡다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서로 알아듣지 못해 답답해하다가 집주인이 나와는 더 이상은 말이 안 통할 거라 생각한 건지, 아님 급하게 다른 업무가 생겼던 건지 모르겠지만 전화를 뚝하니 끊어버렸던 일도 있었다. 그날 이후로 더더욱 자신감도 떨어지고 기분도 마음도 마냥 처졌다. 날은 또 왜 이리 흐린 건지...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다 싶으면 방 청결 상태가 심히 비위생적이고 (토론토에서 베드버그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좀 괜찮다 싶은 집들은 다 1,000불 이상을 요구했다. 이렇게까지 방세가 차이가 날지도, 그리고 땅 덩어리가 이리 넓을지도 몰랐다.


지금의 내 상황이 마치 잘못된 선택을 해버린 것 같아 더더욱 멘탈이 흔들렸다... 안 그래도 의기소침해져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호스텔에서는 예약 연장도 불가하다고 했다.. 지금의 인터넷 서치만으로는 진전이 보일 것 같지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라는 심정으로 카운터 직원들 중 가장 현지인스러운 직원 한 명을 붙잡고, 토론토에서 머물 집을 구하고 있는데 혹시 추천해줄 경로가 있느냐고 도움을 청했다.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웬걸? 사실 자기 지인 중에 홈스테이를 운영 중인 필리핀계 캐나디안 가족이 있는데 안 그래도 최근 룸을 쓰던 학생이 나가서 새로운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올린지도 몇 시간 안 됬을 거라며 인스타 게시물 하나를 공유해줬다. 다운타운과는 조금 먼 핀치 역 쪽에 위치한 곳이라 고민이 되긴 했지만, 사진에 보이는 집 내부도 엄청 깔끔해 보였고, 거기에 비밀을 속사이듯 '거기 집주인이 요리를 그렇게 잘한다네?' 라고 덧붙이는 직원의 말에 끌려 '그래, 일단 구경이라도 해보자' 싶었다.




자신을 Jonalyn이라고 소개한 집주인은 혹시나 내가 길은 헤매지 않을까 걱정해 직접 집 앞 정류장 앞까지 마중을 나왔고, 그곳에서 그녀의 딸 Briell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제 막 4살이 되었다는 딸 브리엘은 또래보다 큰 덩치에 말도 너무 또박또박 잘해서 놀랐다. 친화력은 또 어찌나 대단하던지 외부인인 나를 전혀 어색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계속 옆에서 따라다니며 자기 집을 자랑하기 바빴다. 제공해주는 방도 컸고, 가구 옵션도 풀(full)인 데다가 , 홈스테이 가족들과 분리된 층을 사용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곳도 인연이 아니겠냐며 식사를 대접해주겠다는 가족의 제안에 조금은 뻔뻔하게(?) 저녁까지 냉큼 얻어먹고 왔다.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면서 '아 여기라면 편하게 머물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다음날 바로 입주하고 싶다고 알렸다. 그리고 이 집과 이 가족들과는 토론토에서의 마지막 날까지도 함께했더라는..


그렇게 시작은 조금 다사다난했지만,

마무리만큼은 해피엔딩의 끝을 알린 토론토에서의 5일이 빠르게도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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