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맘들의 슬로리딩 스토리
(송파도서관 어린이 슬로리딩 특강 2회차)
1. 슬로리딩 vs. 나
‘슬로리딩’이라니... 나에게 정말 안어울리는 말이다. SLOW... 성격도 급하고, 뭐든 빨리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40년 남짓 살다보니 빨리빨리 살아봐야, 천천히 미지근하게 사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 삶보다는 남편과 자식들의 생활에 맞춰 살다 보니 내가 작정한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더라. 앞으로의 삶은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뒹굴뒬굴 책 읽으면서 채워 나가보련다.
다시, ‘슬로리딩’에 대해서... 어쩌다 보니 슬로리딩 동아리를 알게 돼서 일단 뛰어들었다. 책 읽는 재미를 다시 깨닫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책을 읽고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방학 때는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슬로리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2016년부터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초등드림강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만나서 자원봉사에 대한 수업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아이들에게 내가 뭔가를 가르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슬로리딩 수업을 통해서도 그런 배움을 얻게 될 것 같다. 나아가 우리 두 아들들과 함께 즐겁게 책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행복할 것이다.
2. ‘어린이 슬로리딩’ 첫 수업
2019년 1월 21일 10시. 송파도서관 겨울방학 어린이 슬로리딩 (저학년) 수업 시작이다. 이번이 '어린이 슬로리딩' 수업 2회차다. 나는 2회차부터 합류했다. 첫 수업을 맡아서 엄청 떨렸다. 잠도 설쳤다. 다행히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진정이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과 눈을 맞춘 후, ‘아이스브레이크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그린 다음, 자신에 대한 소개 내용으로 좋아하는 것, 싫아하는 것, 고마운 사람, 2018년 기억에 남는 일, 2019년 꼭 이루고 싶은 것 다섯 가지를 손가락에 써넣는 활동이었다. 우리 선생님들과 수업을 준비할 때는 아주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우리 어른들의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린 저학년들이라서 손가락이 작았고, 그린 후 오리기 작업에서 힘들어했고 그 안에 다섯 가지 내용을 적는 데도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아이스브레이크 활동은 꼭 필요하긴 했지만, 수업 전반적으로는 주요 활동이 아니라서 시간 배정을 15분 정도로만 잡아 두었었다. 착오였다. 우리 2학년 둘째 아들과 실제처럼 그리기, 오리기, 내용 적기 활동을 해보면서 시간 확인을 했어야 했다. 내가 맡은 수업에서 이 부분이 제일 아쉽고 속상했다. 활동 후 꼭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 부분은 꼭 수정해서 다음에 수업을 하게 되면 그리기 활동보다는 내용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확보해 두어야겠다. 급하게 아이스브레이크 활동을 끝낸 후(슬로리딩 수업인데, 급하게 끝내다니 이게 웬 말이인가!), 슬로리딩에 대한 소개와 옹고집전 책 읽어주기 활동은 자연스레 이어졌다. 십진분류표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주고, 아이들이 송파도서관 1층 어린이실에 가서 십진분류표의 총류에 자기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적어온 건 정말 좋았다. 아이들이 직접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 보고 읽는 활동이 습관처럼 몸에 배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그런 아이들도 있지만, 우리 수업을 통해서 그렇게 변해가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그렇게 돼 있어야지... 분발해야겠다!
저학년 수업 담당은 나 포함 4명, 고학년 수업 담당 3명이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총 8시간(저학년, 고학년 각각 4시간씩) 어린이 슬로리딩 수업을 진행했다. 시작을 내가 해서 불안한 출발이었다. 다행히도 다른 분들이 책 내용 관련 배경지식 등 준비도 많이 하시고, 열정과 애정이 대단하셔서 아주 멋지게 겨울방학 수업을 마무리했다. 바로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등 저학년 친구들 12명과 고학년 10명 친구들은 얼마나 멋진 친구들인지, 수업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은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바라 보고, 글을 쓰거나 활동하는 게 있으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저학년 수업에서는 역할놀이 연극을 했는데, 어찌나 다들 명배우인 지 너무나 예쁜 아이들에게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 그 연극활동을 동영상으로 남겨 두었어야 했는데, 정말 아쉽다. 다음에는 꼭 사진 뿐만 아니라, 활동 등은 동영상 촬영을 해야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고학년 수업을 좀더 열심히 듣지 못한 게 아쉽고 죄송스러운 따름이다. 말만 앞서고 뺀질거리는 유일한 사람이 나였다. 반성하자!
3. 마무리
앗, 거짓말을 했다. 백화점 말고 도서관이라니... 솔직히, 나는 백화점에 간다. 하지만, 백화점에 가는 횟수가 확 줄었다. 실은 백화점에 가봐야 정말 사고 싶은 건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게 있어도 불어버린 내 몸에 어울리지도 않아 슬프고 우울증만 도진다. 도서관에 가면 슬퍼할 일이 없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돈 안들이고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다른 세계를 여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니 더 좋은 일이다. 게다가 빨리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즐기면서 읽고 이야기 나누고, 어린들에게 슬로리딩에 대해서 전파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우리는 슬로리딩을 실천하며 하루하루 삶을 채워나가는 사람들이다. 멋지구나!
(송파도서관 어린이 슬로리딩 특강 11회차)
2018년 여름 방학부터 시작했던 송파도서관 방학 특강 '어린이 슬로리딩' 수업은 그동안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동안 꾸준히 진행해 왔고, 코로나 시대에는 줌으로 진행하면서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이번 방학 수업은 11회차로 2024년 8월 5일 진행되었다.
이번 수업은 채인선 작가의 <이상하게 이상한 덧셈>으로 슬로리딩 수업을 했다. 이번 방학도 잘 채워나가고 있다. 가장 부담이 되는 방학 숙제 끝!
늘 즐겁고 신나지는 않았다. '송파슬로리딩연구회(이하, 송슬연)' 회원들은 이 수업이 자원봉사이자 재능기부인데도 준비를 어찌나 철저히 하시는지...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힘들 때도 많았다. 덕분에 제가 조금은 부지런해졌다.
이 수업 덕분에 우리 '송슬연' 회원들은 송파구 관내 초등학교와 키움센터 독서 수업에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시니어 슬로리딩'을 해보려고 한다.
'송슬연' 우리들의 언니이자 회장님이 지금까지 자료와 사진을 모으고 계셨다. 우리 '송슬연' 자료를 모아서 책을 낼 생각이다. 이 소중한 보물들을 묶어서 기록물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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