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앳된 얼굴이었는데, 이젠 제법 청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신기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볼 때마다 쑥쑥 커 있다. 그런 아이들의 순간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잠시나마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
4년 동안 S와 나의 수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함께 수업했던 아이들이 여러 번 바뀌어서 어수선했을 텐데도 꿋꿋이 나와 함께해 주는 아이다. 의리의 사나이라고 해야 할까? 고맙다!
S는 저학년 때 글씨를잘 썼는데,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글씨가 자유로워지고 있다. 글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1~3학년 때 S의 글씨체
S야, 이 글씨를 보렴! 너의 원래 글씨란다!
국어 문제집도 한 학기에 한 권 이상씩은 풀었으니까, 지금까지 푼 문제집도 10권은 되겠구나.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문해력도, 국어 실력도 쑥쑥 성장해 있겠지!
사실, 이 아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학생 중 하나이면서도 제일 구박을 많이 하는 아이다. 저학년 때 한 번은 가방을 안 가져온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엄청 화를 내면서 전쟁터에 나가는데 총과 칼을 안 가져가면 되겠느냐고 물었다(참 꼰대 같은 말이었다...)
"여기가 전쟁터인가요? 전쟁 났으면 공부하러 안 오죠."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구나! 아이들은 참 맞는 말을 잘도 한다. 이럴 때는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우기면 안 된다.
S는 입이 좀 거친 편이다. 욕도 좀 한다. 내 앞에서는 하지 않지만, 거친 말을 많이 하는 걸 스스로도 인정한다. 학교에서는 여자 아이들에게, 특히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아이들에게는 욕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거친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은근히 조심스럽다.
"너는 마음씨가 아주 착한 아인데, 왜 그런 거친 말을 막 쓰니? 그러면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아무도 몰라."라고 했더니,
"괜찮은데요. 전 그냥 이렇게 살래요."라고 답한다.
'이런!'
더 이상 말하면 잔소리라 생각해서 듣지 않을 테니, 거기서 끝냈다. S가 거친 아이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어린이는 내가 구박은 많이 하지만 자신을 아낀다는 걸 철석같이 안다. 늘 간식거리를 준비해 두기 때문이다. 홈스쿨을 하고 있으니, 우리 집에 오는 아이들은 나의 손님이다. 소중한 손님이다. 그래서 소홀히 대할 수가 없다. 뭐라도 줘야 내 마음이 편하다.
한때는 내가 간식거리를 몇 박스를 샀더니 남편이 그렇게 운영해서 남는 게 있냐고 물었다. 우리 아들들은 남한테 더 잘해준다면서 서운해했다. 내 자식들도 먹으라고 산 건데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을 만나도 4년이 넘게 만나니까 정이 드나 보다. 어머님들과 마찬가지다.
S 어머님은 나처럼 아들만 둘인 맘인 '들들맘'이시다. 왜 이렇게 '들들맘'들한테는 끌리는 뭔가가 있는 건지... 우리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 중에서 괜찮은 게 있으면 주고 싶어 진다. 새 건 아니지만 그냥 두기는 아까워서 스케이트 보드를 S와 S의 형에게 줘도 되냐고 여쭤 봤다. 좋다고 하셨다. 우리 동네 아이들과 주로 독서 수업을 하다 보니, 공동육아를 하는 기분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 즐겁고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다.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그래도 이 시간은 참 소중하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그 순간을 함께하면서, 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볼 수 있는 시간여행의 기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