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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샘 지연 Aug 15. 2024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5)-거칠면 좀 어때!

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는 울 엄마랑 닮은 듯 아주 다르다.

엄마는 귀한 3대 독자를 첫째로 낳았는데도,

오빠를 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들이 하나 더 필요했단다.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딸을 낳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 둘인 '들들맘'이다.

엄마는 나와 바꿨어야 했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까?

뭐, 어쩌겠나?!

엄마는 딸이 많아 좋고, 나는 남자들 속에서 좋다!


<딸은 없습니다만> 이야기와 함께,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연재한다.





1학년 말부터 함께했으니, 어느새 4년 넘게 함께한 어린이 S.

처음 만났을 때 앳된 얼굴이었는데, 이젠 제법 청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신기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볼 때마다 쑥쑥 커 있다. 그런 아이들의 순간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잠시나마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


4년 동안 S와 나의 수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함께 수업했던 아이들이 여러 번 바뀌어서 어수선했을 텐데도 꿋꿋이 나와 함께해 주는 아이다. 의리의 사나이라고 해야 할까? 고맙다!


S는 저학년 때 글씨를 잘 썼는데,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글씨가 자유로워지고 있다. 글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1~3학년 때 S의 글씨체
S야, 이 글씨를 보렴! 너의 원래 글씨란다!


국어 문제집도 한 학기에 한 권 이상씩은 풀었으니까, 지금까지 푼 문제집도 10권은 되겠구나.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문해력도, 국어 실력도 쑥쑥 성장해 있겠지!


사실, 이 아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학생 중 하나이면서도 제일 구박을 많이 하는 아이다. 저학년 때 한 번은 가방을 안 가져온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엄청 화를 내면서 전쟁터에 나가는데 총과 칼을 안 가져가면 되겠느냐고 물었다(참 꼰대 같은 말이었다...)

"여기가 전쟁터인가요? 전쟁 났으면 공부하러 안 오죠."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구나! 아이들은 참 맞는 말을 잘도 한다. 이럴 때는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우기면 안 된다.  


S는 입이 좀 거친 편이다. 욕도 좀 한다. 내 앞에서는 하지 않지만, 거친 말을 많이 하는 걸 스스로도 인정한다. 학교에서는 여자 아이들에게, 특히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아이들에게는 욕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거친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은근히 조심스럽다.


"너는 마음씨가 아주 착한 아인데, 왜 그런 거친 말을 막 쓰니? 그러면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아무도 몰라."라고 했더니,

"괜찮은데요. 전 그냥 이렇게 살래요."라고 답한다.

'이런!'

더 이상 말하면 잔소리라 생각해서 듣지 않을 테니, 거기서 끝냈다. S가 거친 아이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어린이는 내가 구박은 많이 하지만 자신을 아낀다는 걸 철석같이 안다. 늘 간식거리를 준비해 두기 때문이다. 홈스쿨을 하고 있으니, 우리 집에 오는 아이들은 나의 손님이다. 소중한 손님이다. 그래서 소홀히 대할 수가 없다. 뭐라도 줘야 내 마음이 편하다.


한때는 내가 간식거리를 몇 박스를 샀더니 남편이 그렇게 운영해서 남는 게 있냐고 물었다. 우리 아들들은 남한테 더 잘해준다면서 서운해했다. 내 자식들도 먹으라고 산 건데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을 만나도 4년이 넘게 만나니까 정이 드나 보다. 어머님들과 마찬가지다.

S 어머님은 나처럼 아들만 둘인 맘인 '들들맘'이시다. 왜 이렇게 '들들맘'들한테는 끌리는 뭔가가 있는 건지... 우리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 중에서 괜찮은 게 있으면 주고 싶어 진다. 새 건 아니지만 그냥 두기는 아까워서 스케이트 보드를 S와 S의 형에게 줘도 되냐고 여쭤 봤다. 좋다고 하셨다. 우리 동네 아이들과 주로 독서 수업을 하다 보니, 공동육아를 하는 기분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 즐겁고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다.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그래도 이 시간은 참 소중하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그 순간을 함께하면서, 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볼 수 있는 시간여행의 기회니까 말이다.


아이들아, 그 시간을 나에게 내어 주어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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