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독서지도사' 입니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된 걸까요?
잠시, 과거로 돌아가 봅니다.
2016년 3월 초,
아빠가 간암 판정 후
2주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가셨죠.
사는 게 뭔지 참 허무했습니다.
뭘 그리 아등바등 사나,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요.
어린 아이를 공부시킨다고
기사 노릇 많이 했었지요...
아빠의 부재를 핑계로,
우울증을 만들어서 포장해
또 깊은 굴로 들어가려 했답니다.
시댁 식구들이랑 같이 밥 먹을 때는
고기를 입에 넣으며
'남편은 아빠가 있어서 좋겠다.'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었네요.
40대에 아빠가 없다고 말입니다요...
글을 쓰다 보니,
참 부끄러운 과거 이야기가
마구 뒤어나오네요^^;
그때 저를 일으킨 게 뭔 줄 아세요?
바로 '자원봉사'였습니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드림강사'를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지원해 둔 건데,
하필이면 아빠 장례식장에서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자원봉사는 무슨? 아빠가 돌아가신 마당에 내가 남을 위해 뭘 하기까지 해야 하나?'
괜시리 화가 났습니다.
이 자원봉사는 바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양성과정 4주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요.
공부까지 해서 할 정도라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수업은 꾸역꾸역 들으러 갔지만
초반에는 계속 머리는 딴 데 있었구요.
발표를 하다가
별안간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도 않았던
아빠가 그렇게 큰 존재였나 싶을 정도로
왜 그리 아빠가 생각이 났나 모르겠습니다.
혼자 있는 엄마가,
불시에 우는 엄마도 자꾸만 떠올랐구요.
그렇게 시작된 '자원봉사' 양성과정은 수료증을 받으며 무사히 마쳤습니다.
'수료증'을 받으니 사명감마저 들더군요^^
그렇게 3년 정도를 송파구 관내 초등학교에 나가 자원봉사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저와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긴장이 되고 힘들어도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내는 저를 발견했지요.
자원봉사는 다른 사람만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칭찬도 받을 수 있죠^^
교육봉사 100시간을 채워 연말 자원봉사대축제에서 상을 받았었죠. 그 경험을 글로 썼더니 선물도 받았네요.
경단녀로 산 지 몇 년,
이전에 했던 일은 기업에서
계열사 직원 교육 담당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재취업에 도전도 했지만,
그 일로 재취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도 큰 재산이라는 생각도 있었구요.
아이들은 제가 키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요.
아이들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 자원봉사도 했습니다.
제가 독서지도사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송파슬로리딩연구회'입니다.
'송파도서관'에서 책과 관련한 수업을 듣다가, '송파슬로리딩연구회'를 만났습니다.
초등 방학 때 아이들 대상으로
슬로리딩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원봉사로 말이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가입을 해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자체도 좋지만,
이와 관련한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흘러흘러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독서지도사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동네 아이들과 주로 수업을 해서
사실 저희 아파트 상가에 가면
좀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세수 안 하고는 나가기가 어렵지요.
아무도 저를 보지 않지만요^^;
늘 보람차고 즐겁기만 했을까요?
3년 전에는 갑상선암에 걸려서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었지요.
제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아이를 만나면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는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의 제가 기특합니다.
어떤 큰 목표나 꿈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일단은 시작을 했던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하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제 일이 참 좋고,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