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엄마랑 잘래요. 엄마는 공부만 했잖아요.
친정식구들이 제주에 왔다.
나는 학교일을 마치고 왔지만,
이번 주가 출판사가 제시한 원고마감날이라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없었다.
기족들이 호텔에 같이 갔지만
아이랑 남편이 수영장에 가서 노는 동안
나는 원고를 쓰고 있었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아빠와 잘 놀았고,
할머니와 색종이 접기, 이모와 끝말잇기를 해 나갔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지.
밤이 되니,
불현듯 엄마를 호출한다.
엄마랑 같이 잘래요.
나는 그때도 노트북 앞에 있었다.
가서 아이라도 안아줘야겠다 싶어서 다가가니
엄마랑 잘 거예요. 지금까지 엄마는 공부만 했잖아요. 나랑 놀지도 않고 엄마는 공부만 했잖아요.
두 번이나 말했다. 내색 한 번 안 하고 놀더니 마음속으로는 응어리가 단단히 맺힌 듯 또박또박 말한다.
평소에 그렇게 또박또박 말을 안 하기 때문에 나는 놀까기도 했고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래 같이 자자. 엄마가 재워줄게.
그러고는 한 시간은 이야기하고 볼에 손에 뽀뽀를 아낌없이 해준다. 아까 맺혔던 응어리사 풀린 걸까
엄마의 미안함을 이렇게 쉽게 이해하고 사랑으로 표현해 주고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