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찌니 Apr 18. 2024

이것도 처음, 저것도 처음.

낯선 세상 속 낯선 일들

눈물이 그치질 않아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주변에서 쳐다보든 말든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그냥 그렇게 목놓아 울기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저씨 왜 울어요?"

유치원 때 오지랖 넓던 예은이랑 꼭 닮은 여자아이가 휴지를 건네며 묻는 소리에 울음을 멈춘다.

"무서워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어른도 무서운 게 있어요?"

"나도  몰라. 이런 게 다 처음이라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아~ 어른도 처음인 게 있구나~! 어른은 다 아는 줄 알았어요"

"나도 그런 줄 알았어..  나도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은 다 안다 그랬는데 지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아저씨도 처음이면 모를 수 있죠. 우리 엄마도요~

가끔 엄마가 나한테  엄마도 처음이라 미안하다고 해요~어른도 처음인 게 있대요. 아저씨도 처음이면 무서울 수 있어요.

나도 유치원에서 혼자 엄마 기다릴 때 무서워서 운 적 있어요"

"나도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얘기에 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저씨는 울보구나? 내 친구도 맨날 엄마보고 싶다고 우는데. 보고 싶으면 보러 가면 되지 왜 울어요 어른이!"

"글치만 기억이 안 나는걸!"

" 그럼 물어보면 되지. 엄마한테 물어보면 다 아는데"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엄마한테 물어봐. 너 바보야?"

괜스레 애꿎은 아이한테 화풀이를 해댔다.

"아하~ 엄마가 기억 안 나면 경찰아저씨한테 찾아달라 해요. 다 큰 어른이 엄마 잃어버리고 울고 있으면서 아저씨가 바보지! 치~! 아저씨랑 안 놀아"


은이를 꼭 닮은 아이가 그렇게 뒤돌아 가버리고 나니 멍해졌다.

'엄마를 찾자!!  엄마는 다 알 거야'

엄마를 찾아야 했다. 다시 무서운 경찰아저씨가 있던 경찰서로 일단 가야 한다.


 

"그러니까 아버님말씀은 갑자기 어른이 되었고 아무런 기억이 안 난다는 말씀이세요?"

손가락 도장을 찍으며 연신 질문을 해대는 통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조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서운 것도 조금 사라졌다.

왠지 경찰 아저씨는 엄마를 찾아 줄 것 같았다.

아저씨가 엄마를 찾는 동안 경찰서 구석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너무 많이 울은 탓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그렇게 깜빡 잠이 들었다 다시 깼을 때 어렴풋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감은채 들어봤다.


"병원으로 보내야 되는 거 아냐? 아침에 자기 발로 나갔다는데 별다른 이상도 없었다며."

"몰라, 가족이 온다니까 알아서 하겠지"

일단 깨면 다시 물어보자. 상태 이상하면 병원 인계 해줘야겠어"

 

'응? 병원? 가족이 온다고?'

갑자기 뜬금없는 병원이란 말에 겁이 덜컥 났다. 최대한 가족이 올 때까지 자는 척하기로 하고 안 깬 척 연기를 해야 한다. 병원에 가는 것은 더 무서운 일이었다.

'그래도 가족을 찾았단 거지? 엄마가 왔으면 좋겠다.. 제발 제발 제발...!!!'


이전 02화 이상한 나라의 어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