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있습니다!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by 찐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증인 신문할 때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는 장면,

미드에서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사실 우리나라 법정에선 잘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런데, 초년병 병아리 변호사 시절, 무서울 것 없는 똥꼬 발랄 방년 26세의 나는 손 번쩍 들고 "이의 있습니다!"를 꽤 남발했었다.


근 20년 전이니, 더욱 근엄하기만 했던 법정엔 순간 낯선 정적이 흐르고, 졸고 있던 배석판사가 깨어나고, 판사, 계장, 속기사 모두 일제히 나를 돌아본다.


"재판장님! 지금 원고 변호사는 증인의 답변을 강요하고 있습니다!"라거나,

"사실이 아닌 증인의 의견을 묻고 있습니다!"라고 외친다.


나 때문에 꽤 귀찮고 진땀을 흘리셨을 판사님들과 상대방 변호사님들께 이 기회를 빌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사실 민사소송법 357조 5항은 "당사자의 신문이 중복되거나 쟁점과 관계가 없는 때, 그 밖에 필요한 사정이 있는 때에 재판장은 당사자의 신문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하고,


민사소송 규칙 95조는 "재판장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신문을 제한할 수 있다. (중략)"라고 하고 있다.


1. 증인을 모욕하거나 증인의 명예를 해치는 내용의 신문

2. 제91조 내지 제94조(신문방식)의 규정에 어긋나는 신문

3. 의견의 진술을 구하는 신문

4. 증인이 직접 경험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진술을 구하는 신문


그래서 꽤 연차가 찬 후에도 나는 상대방 변호사가 신문사항을 내면 저 규정을 들어 "신문사항에 대한 의견서"를 내며 수정을 요구한 적도 있다.


그만큼 내 경험상 증인을 모욕하고 사실이 아닌 의견을 묻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관련 없는 걸 묻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불리한 상대방 증인에게 반대신문을 하는 경우는.... 아휴 더 말할 것도 없다.

압박하고 화를 돋우고 말을 끊으며

"됐습니다. 이런 걸로 알겠습니다."

라는 자문자답 식 질문들.


내가 늘 생각하는 반대신문의 정석은 우영우 1화에 나오는 장면과 같다.


할아버지의 뇌출혈이 외상성이라고 진단한 의사에게, 부인할 수 없이 "예"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팩트들만 짤막하게 물은 후,

최종 "외상성 뇌출혈이 아닐 가능성도 있지요?"

라고 주신문의 신빙성만 흔드는 것!!

어차피 내 의도대로 답변하지 않을 상대방 증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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