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은 이십대에만 하는 게 아니지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by 찐니

로펌에서 3년 동안 일하다 외교통상부 사무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스물아홉살이었다.

이십대라는 핑계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했다. 월급은 1/3로 줄었고, 모든 게 새로웠다.


변호사 의견서에나 쓰던 만연체를 간결한 공무원 보고서체(?)로 고쳐주시느라 직속 과장님께서 고생하셨다. 진정한 빨간펜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말씀을 전힌다.


그때 외교부에 한국변호사가 거의 없었다. 한미FTA를 대비해 전문가 특채를 대대적으로 하는 바람에 운좋게 합격했다.

WTO 정부조달협정과 한미FTA 협상 실무자로 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UN ESCAP 업무도 의미있었다.


그러다 3년의 공무원 생활 끝에 다시 익숙한 송무 변호사로 복귀했다. 사실 변호사 경력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면 공정위나 금감원같은 곳에 가는 것이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3년의 시간동안 나는 훨씬 더 좋은 걸 얻은 것만 같다.

국익을 위해 최전방에서 싸우시는 빛나는 선배님들을 가까이서 뵈었다.

함께 밤을 새고, 휴게실에서 고민을 나누던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다. 내 청춘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건 팔할이 그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특별한 경험과 추억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 시야를 넓혀 주었다.


오늘 그 때의 내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아들의 나이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충격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에서처럼, 내가 시간의 두께를 뚫고 그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너는 고생은 더 할 것이고,

늙고 더 살찔 것이지만,

결국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치기어린 도전은 이십대의 너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더라고.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나?

그러고보니 이 말은 왠지 17년 후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더 살찐다는 말만 빼고!

keyword
이전 15화이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