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에 건네는 위로의 말 한마디
우리가 서로 화해하기까지
변호사로 수많은 소송을 해 왔지만, 소송을 하다 보면 가슴 아픈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산모가 임신중독증으로 아이가 사산되어 병원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제기했다.
나는 병원 측의 소송대리를 맡아 반대편에 서게 되었다.
1심에서 여러 번 합의를 해보려고 하였으나, 원고(산모) 쪽에서 고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여 결렬되었다.
그 와중에 원고 쪽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였는지 우리 쪽이 이겨버린 케이스였다.
내심 적정 금액에 합의하려고 했던 나는 이겨놓고도 찜찜했다.
원고 쪽에서 항소하긴 했는데,
1심 재판할 때도 내내 눈물을 보이던 아기 엄마 본인은 출석도 안 하고, 남편만 나왔다. 젊은 부부가 불쌍하다.
변호사 선임도 포기하고 항소이유서도 안 낸다.
재판부에서는 한 1000만 원 정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을 권했고
내가 또 병원 쪽 설득의 부담을 안게 되었다.
나오면서 남편분께,
"저도 같은 여자 입장에서 안된 마음이 있어요. 가능하면 병원 쪽에서 조정에 응할 수 있도록 설득해 보겠지만 응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어 죄송해요. 저도 마음이 너무 안타깝네요..."
이야기하자, 남편 분이 눈물을 뚝뚝 흘리신다.
나는 언젠가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나는 법원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를 돕는 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여전히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가 17년 전에 그러했듯이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라고 고개 숙일 수만 있다면 많은 분쟁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말하면 내가 법적인 책임을 질 것 같아서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하고 몰아세우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싸우는 중에도 상대방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할 수 있다면, 날이 바짝 서 있는 이 사회가 조금은 더 살아갈만한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