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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 홀로 다시 오다

순천만을 사진에 담다

by RNJ
푸른빛을 머금은 순천만
순천만


순천만은 대표적인 가을 관광지이다. 가을 햇살에 빛나는 순천만의 갈대군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색 물결. 여름이 끝났음을 알리는 서늘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갈대밭을 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느껴지곤 한다. 쓸쓸한 아름다움. 가을의 순천만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다. 이번에는 가을이 아닌 여름 순천만에서 내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6년 여름, 일병 시절 10일에 가까운 휴가를 받고 집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친구들을 만나고 부대로 돌아가기 며칠 전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 졌다. 대학 친구들은 학기 중이라 시간 내기가 힘들었고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였다. 목적지는?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정하지 않았다. 그냥 카메라 하나 들고 무작정 출발했다. 버스 시간표를 보다 갑자기 '순천'이 눈에 들어왔다.


"순천 1장이요."


부산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위치한 순천. 내가 딱 원하는 거리였다. 버스에서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하다 금방 순천에 도착했다. 낮 시간대라 터미널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관광안내소 앞에서 이것저것 팸플릿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군인이에요?"


단정한 옷차림을 하신 50살쯤 되어 보이시는 아주머니셨다. 느낌적으로 관광안내소 직원분이라는 걸 눈치챘다.


"네 군인이에요."


"일병, 상병?"


"아직 일병이에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들 군대 안 보내본 엄마가 어디 있겠어. 다 알지. 고생 많아요."


"감사합니다. 혹시 순천만은 어떻게 가나요?"


마지막 질문이 직원분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일깨웠는지 장장 15분간의 순천만 교육을 들어야 했다. 관광객이 유독 없었던 초여름의 낮시간. 아주머니는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셨는지 이야기보따리를 한가득 풀어놓으셨다. 이야기를 잔잔히 듣고 있자니 더 이상 순천만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순천만에 가기도 전에 이미 내가 순천만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람) 순천만의 규모부터 역사와 서식하는 동식물들에 대한 정보로 머리가 꽉 찬 채로 순천만으로 출발했다.



여름의 순천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순천만에 온 적이 있었다.


어릴 때라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이곳의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본능적으로 그 기분을 찾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군 복무 기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시간이기에 기분전환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었다. 몸이 아닌 마음에.


다시 찾은 순천만은 나의 기억 속 순천만보다 훨씬 광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갈대밭. 푸른 갈대와 바람이 만나 초록빛 물결이 일렁이는 곳.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전의 기억을 쫓아서 나는 홀로 순천만에 돌아왔다. 어린 시절 느꼈던 상쾌한 공기가 내 몸으로 밀려들어왔다.


잘 찾아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흘러가는 물과 새

나는 풍경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산과 바다. 나무와 새.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존재들의 순간을 남긴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까.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또 보고 싶어질 순간들을 열심히 사진으로 남겼다. 잔잔한 물결을 찍는데 새가 사진 속으로 날아들었다. 한 폭의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초여름 날씨 답지 않게 무더웠던 그날. 기억을 거슬러 찾아간 순천만의 풍경은 지금도 눈 앞에 생생히 떠오른다. 이 글을 쓰다가 다시 순천만이 생각났다.


그곳의 바람이 다시 나를 부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의 마음이 그곳으로 불어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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