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까치와 비둘기

by RNJ
반가운 손님


대범한 까치


종종 제 방을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이 있습니다.


아침 햇살을 방에 듬뿍 드리우기 위해서 저는 아침만 되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곤 합니다. 어느 날 창 밖에서 요란하게 파닥파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고시원 외부로 튀어나온 난간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제 방을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불청객, 아니 불청조()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비둘기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더군요. 제 방에 찾아온 첫 손님은 바로 사람이 아닌 비둘기였습니다. 난간 주변을 이리저리 서성이던 비둘기는 여기서 볼 것은 다 봤는지(?) 날개를 펼쳐 빌딩 벽 사이로 날아가버렸습니다.


고시원 5층에 살고 있는 저를 찾아오는 손님의 정체는 바로 까치와 비둘기입니다. 제가 사는 고시원에서 한 블록만 지나면 한강을 향해 흐르는 탄천이 나옵니다. 탄천을 따라 녹지가 조성되어 있어서 새들의 먹이가 될 곤충이 풍부하고, 포유류에 비하여 체온이 높은 새는 자신의 몸을 식힐 물이 풍부한 강이나 하천 주변으로 모여든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침만 되면 창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제 방을 조용히 훔쳐보던 비둘기 손님과 달리, 다소 대범한 인사를 건네던 손님도 있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창문에서 "딱딱"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뭐가 바람에 날려 창문에 부딪혔나?' '내가 뭘 잘 못 들었나?'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는데 다시 똑같은 소리가 들리더군요. "딱딱"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니 활짝 열어놓은 제 창문 위에 까치가 올라가 있더군요. 그 녀석이 열심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예의(?)는 있네요. 들어가도 되냐고 노크까지 하고 말이죠.


사진으로 남길까 싶었는데 녀석이 언제 날아갈지 몰라 그냥 잠잠히 지켜봤습니다. 몇 번 깍깍대며 울다가, 아무것도 없는 좁은 제 방에 흥미를 잃었는지 인사도 없이 날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옛날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는데, 까치가 제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시원은 만남, 손님과는 거리가 먼 공간입니다. 한 복도에 사는 이웃이 몇 달 만에 몽땅 바뀌는 고시원의 특성상 거주민들을 서로에게 정을 잘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얇은 벽과 좁은 방 간격으로 인해 서로의 사생활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침범하고 침범당하는 이곳 사람들은, 복도라는 공유 공간에서 침묵을 통해 자신들의 익명성을 유지하고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고시원 관리자들은 원내 도난 사고가 잦고, 불법 증축을 한 사실(일부 고시원에 해당합니다)을 숨기기 위해 외부인의 방문을 제한하는 편입니다. 사실 좁고, 곰팡이와 동거하는, 오래된 침대 스프링이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는 공간에 손님을 초대하고 싶은 사람도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흔하고 흔한 비둘기와 까치가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온다는 언질도 없이, 제 초대장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그래도 반가운 손님들. 이런저런 핑계로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오르는 하루입니다.


구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곰팡이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