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는 매주 먹고 싶은 과일이 바뀌었다. 사과, 배, 청포도, 오렌지, 멜론.... 손질이 생소한 과일을 이리저리 자르다 보면 닭갈비 같은 부위가 하나쯤 생기기 마련인데 이게 은근히 갈비처럼 살을 발라먹는 재미가 있다. 아기와 엄마가 모두 잠든 이른 아침, 배를 썰어 접시에 담아놓고 차가운 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갈변한 배가 접시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기 엄마가 입맛이 없나 싶어 속이 상했다. 주방 책임자(=아빠)는 과욕의 대가를 뱃살로 치른다. 차갑게 식은 음식과 과일의 늑간살을 꾸준히 먹어치우다 보니 넉넉했던 바지 벨트가 인색해졌다. 하루에 30km를 걸음으로 우습게 주파하던 떠돌이가 부잣집 고양이가 되고만 것이다! 가끔은 초코바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길바닥 텐트 위에서 몸을 달달 떨었던 군색함이 그리워진다.
양수에 푹 젖은 아이가 가슴 위에서 숨을 헐떡일 때 처음으로 살을 찌우길(= 방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푹신하고 성량까지 풍부한 요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