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찾은 구상나무숲에는 은은한 향기가 나직하게 깔려있었다.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는 숲의 냄새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작은 아이젠을 하나 사서 눈이 보드랍게 내린 겨울 숲을 찾아가려 한다. 같이 맡고 싶은 향기가 생겼다. 깊은 잠에 빠진 숲의 숨 내음을 아기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끔 요리를 할 때 아기가 다양한 냄새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재료를 코에 가져다준다. 아기는 킁킁, 냄새를 맡고 웃기도 하고 고개를 홱 돌리기도 한다. 냄새는 아기의 첫 감각이었다. 눈을 뜨지 못하던 아기는 용케도 엄마의 젖냄새를 찾아냈다. 요즘은 내가 아기의 냄새를 자꾸 찾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늦은 저녁상에 맥주 한잔을 올리고, 아기의 향기를 떠올리며 하루를 꿀꺽 삼킨다.
*굼부리 : 분화구, 구멍을 뜻하는 제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