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by RNJ


아기는 풍선을 좋아한다. 몸을 땅에서 쉽게 떼어내지 못하는 아기의 입장에서 가볍게 둥실 떠오르는 풍선은 연구 대상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100일 기념으로 아기 엄마가 큼지막한 헬륨 풍선을 사 왔고, 풍선은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아기의 최애 장난감 자리를 우직하게 사수하고 있다. 아귀힘이 강해진 아기는 가스가 조금씩 빠지고 있는 풍선을 매일 힘차게 잡아당긴다. 헤벌쭉 웃는 아기를 보며 우리도 함께 웃었다.


이제 아기는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움켜잡는다. 혹여나 부모가 자신을 놓칠까 옷깃을 단단히 틀어쥔다. 깜찍하면서 동시에 애처롭게 느껴진다. 가끔은 머리채(?)도 잡는다(이럴 땐 깜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내가 아기에게 무엇을 잘못했나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한다). 비명을 지르며 아기를 설득하는 모습을 화장실 거울을 통해서 볼 때, 부모의 인생은 각본 없는 흔하디 흔한 아침 연속극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는 필사코 부모를 당기고, 마음이 약한 부모의 주름은 더욱 깊게 갈라진다.


육아는 바람이 조금씩 빠지는 풍선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속성을 잃지 못한 바람 빠진 풍선. 우리는 정지궤도 위성처럼 적절한 높이에서 아이를 내려다본다. 언제나 아이에게 수직으로 낙하할 수 있는 커다란 날개를 숨긴 채. 제 역할을 끝낸 풍선은 땅이 부드럽만을 바랄 것이다. 추락은 양육자의 기쁜 숙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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