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침묵의 시간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아기가 낮잠에 빠져들면 우리는 집안 곳곳을 까치처럼 가볍게 총총총 뛰어다닌다. 빨랫감을 바삐 주워 모으고, 기저귀로 꽉 찬 쓰레기봉투를 비우고, 아주 천천히 설거지를 한다. 작은 울림에도 아이는 크게 움직인다. 어젯밤, 게으름과 피로에 굴복하여 미처 씻지 못한 아이 욕조는 냉수로 가득 차있다. 욕실 바닥에 물을 쏟아붓고 스펀지로 욕조를 박박 닦는다.
촉촉하게 젖은 손과 발이 거의 다 말랐을 때, 소파에 앉아 책을 펼친다. 마음을 가다듬고 겨우 한 줄을 읽었는데! 아이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홈카메라 알림이 스마트폰 알림 창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부모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싶은 아기는 목청을 다듬는다.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아기는 지휘자처럼 두 팔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가 방긋 웃었고 짧은 막간이 숨 가쁘게 끝이 났다. 어쩌면 너와 나는 소중한 침묵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