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by RNJ


곤히 잠든 아기의 인상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안경을 끼고 잠든 아기 엄마를 내려다볼 때, 참 많은 단어들이 목구멍을 거스르며 혀뿌리까지 솟구쳐 올랐다. "고단함." 혀를 굴리며 고른 가장 적절하고 씁쓸한 단어. 이른 저녁에 다시 만난 부부는 앱으로 곧장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피자 2조각을 먹었고 아기 엄마는 물만 마시며 나와 잠을 기다렸다.


피로는 일상을 도전으로 만들고, 절제가 없는 감정은 가장 약한 자에게로 흐른다. 부모는 부지런히 화를 삭이고 좋지 않은 감정을 털어내고자 노력한다. 눈을 감고 길었던 하루를 돌아본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실을 발견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조금씩 속이며 살아간다. 그렇게 버티고 이렇게 글로 적으며 온전히 깨닫는다.


이부자리에서 책을 읽는데 잔뜩 토라진 채 돌아누운 아이의 뚱뚱한 뒤태가 떠올랐다. 오늘도 아기가 참 많이 웃었는데, 어떻게 인간은 아쉬운 순간부터 이리 쉬이 떠올릴까? 그 심통 난 모습조차 얼어붙은 마음의 서리를 참 우습게 녹여버린다. 이렇게 바보가 되어간다. 흔하디 흔한 자식바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