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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J Jun 11. 2024

젖니


 드디어 이가 솟았다. 잇몸을 뚫고 나온 연푸른 빛의 유치를 보자마자 나와 아기 엄마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기는 조금씩 아이가 되어간다. 매일 다른 생물체를 키우는 기분이다. 


 이앓이를 하느라 낮잠을 자지 못한 아기는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아기띠를 둘레매고 동네를 한 바퀴 빙 돌았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이 아기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인상이 좋은 서점 아주머니는 곤히 잠든 아기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아기의 뺨에는 눈물 자국이 남았고, 나의 턱에는 쓰라린 생채기가 생겼다.


 아이들은 성장과 회복을 위해 통증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삶의 동력을 잃은 어른도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아기는 끊임없이 자라고 계속 아플 것이다. 나와 아기 엄마는 평생 낮에는 기뻐하고 밤에는 몹시 슬퍼하는 삶을 살 테고.


 통증으로부터 달아나자 나의 몸뚱이에도 살이 붙기 시작했다.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아주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책을 마침내 책꽂이에 꼽았다. 어느덧 노력하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 아니 유지조차 되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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