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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가자

굳이, 고집을 부려 구태여

by 유진 jjinravel
글이 잘 안 써진다. 그렇다고 글이 잘 읽히지도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고민이 늘어간다. 마음이 답답하다.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무기력하다.


= 비상. 당장 나가야 한다는 신호.


IMG_4986.JPG 군산 동국사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도통 어디로 나가야 된다는 건지. 그래도 마음이 허물어지기 전에 일단 나갈 채비를 해봅니다. 나갈 채비에도 여러 과정이 필요하죠. 일단 나가기 위해 샤워도 좀 해줍니다.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빈 가방도 가볍게 채워봅니다. 아, 창문을 열거나 핸드폰 어플을 켜서 오늘 날씨도 잠깐 확인해 줍니다. 편한 옷이든 내가 좋아하는 옷이든 날씨에 따라 하나를 골라 입고, 그에 맞는 신발을 골라 집을 나섭니다.


나갈 채비를 하는 잠깐의 과정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하늘도 한번 봐주고, 나도 한번 보게 되죠. 반은 성공한 겁니다. 그렇게 나와선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걸어도 보고, 아는 목적지가 적힌 버스에도 올라타 봅니다. 창밖의 하늘과 풍경도 좀 봐주고, 솔솔 부는 이 계절의 바람도 맘껏 느껴줍니다. 바삐 걷는 사람들 속에서 잠시 나와 제3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주기도 하는데요. 마치 혼자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그러다 보면 뭉그러지던 제 마음에서. 시든 줄만 알았던 제 마음에서. 다시금 새순이 돋기 시작해요. 그렇게 또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대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제 루틴을 말씀드려 보았어요. 보통 이 루틴은 주말에 성사가 되고, 일을 해야 하는 평일엔 일하는 시간 틈틈이 저 시간들을 심어 줍니다. 그러다가 혼자 훌쩍 여행도 떠나보는 것이죠. 어느 상황이든 마이너스인 제 마음을 돌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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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저는 이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꿈'인데요. 위에서 언급한 제 루틴이 마치 이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 같죠.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에겐 환기가 필수일지도 몰라요. 환기할 창문이 없다면, 자그마한 숨구멍이라도 꼭 필요하다는 것. 천천히 그 크기를 늘려가도 좋아요. 마치 찢어진 청바지의 구멍이 점차 커지듯이-



'환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요소엔...

1. 무작정 나와서 걷기. 산책. 공원.

2.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인 시간

3. 일하다가 올려다보는 하늘

4. 나를 폭 안아주는 반려동물

5. 좋아하는 음악과 책. 그리고 공간

6. 한적한 버스의 뒷자리. 막히지 않는 도로.

7. 한 달에 한 번씩 해주는 도전

8. 일상 기록 (글, 그림, 사진)

9. 내 사람들과의 대화. 나와의 대화.

10. 창문 활짝 열어두고 하는 대청소


등등.. 적다 보니 꽤 많네요.

(여러분도 펜을 꺼내 적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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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 있자고. 대충 끼니를 챙겨 먹자고. 그래도 괜찮다고 고집부리는 제게 굳이 더 큰 고집을 부려봅니다. "일단 나가보자. 그게 나를 돌보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제가 굳이 나가고. 혼자 떠나보는 이유랄까요.

(두 다리만 있으면 되니까 가성비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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