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리는 일하는 파트너와의 관계가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론 평이 좋고, 스마트한 사람이라도 나와 안 맞을 수도 있고,
때론 평판이 안 좋더라도 나와 의외로 잘 맞을 수도 있는 법.
그러나, 평판을 무시할 수 도 없는 것이 사회라는 공간이다.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도 어쩌면 오래된 와인이 진가를 발휘하듯이
오래될수록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요샌말로 '찐' 비즈니스 파트너인 '동료'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생각해봤다.
어릴 적 20대 시절 사회 초년병 시절엔,
그땐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나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짜증 나도 어느 정도 연차 논리에
스스로 설득당햐며 오히려 마음 다스리기가 편했던 것 같다.
그때는 어쩜 사회에 들어오면 이 정도의 무게는 내가 감수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그땐 어떤 게 그들과의 거리 인지도 몰랐다.
난 그냥 가깝게 다가가려고만 노력했다.
30대,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 옷을 갖추어 입은 얼추 사회인.
익숙하고 숙련된 경쟁자들 속에서
괜찮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경쟁의 감정과 뒤섞여
관계의 거리를 정립하는데 많은 혼돈을 겪었다.
익숙한 방송 섭외와 원고 작성에 있어서 자신감이 넘쳐날 쯤에
한 번씩 훅 들어오는 충고는 나를 굉장히 흔들어 놓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한 선배의 스쳐 지나가는 듯한 훈계
'이제는 잘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긴 하다.
사실 나름 창조적인 직업인 작가라는 군단에서
원고나 구성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내가 주로 했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구성의 공식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구성안과 위에서 원하는 구성안이 상충할 때,
들었던 그 말과 말투.
선배 혹은 위 사람의 그런 말속에 나의 능력은 채찍질당하는 기분이었고,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나만 바라보는 혹은 나를 믿고 있는
아랫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타났건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막내 작가 아니니...
나는 이제 어느 정도 훈련이 됐으니, 20대 때 충고보다
더 듣기 싫었던 것 같다. 자존심도 몇 배는 더 상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바쁘고 혼란스웠던 30대 서브작가를 지나,
나의 주변은 서서히 자리 잡힌 관계들이 보인다.
원만하고, 사이좋고 즐거웠던 관계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던 관계들은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현상도 생겼다.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
이제는 잘해야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
이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40대를 경험하고 있는 사회인들은 알 것이다.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방송 짬이라는 세월을 적립해서인지
전보다 일에 있어서 자신감과 두려움이 덜해진 것도 사실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그냥 내가 겪어야 할 스트레스가 아닌
스트레스라 느끼며, 조금은 전보다 사람 혹은 아이템에 대해 동동 거리지 않는다.
달리말하면,
감정노동을 최소화하고, 오롯이 일에 집중하는 것에 힘을 쏟는 것이
그간 10년 이상 방송국 사회생활을 하며 키워진 나의 관계 근육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지금은 바짝 다가가 사물, 일, 사람을 보는 것보다,
조금은 다른 각도로 조금은 다른 자세로 조금은 다른 거리로 일을 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더 나를 덜 피곤하게 하고, 더 만족스럽다는 걸 나 스스로 깨달은 것 같다.
관계에서 거리도 중요하지만, 자세도 중요함을 깨달았다.
안될 일에 억지로 애쓰지 않는 여유.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는 무시하는 습관.
이제 조금은 스스로의 스트레스에게 소통을 잘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의 거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심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중심을 잘 잡는다면,
내 주변에 내가 좋아하고 존중하고 원하는 사람들은
남아있을 것이니.
그리고 나를 누군가가 그렇게 여긴다면,
나도 누군가의 옆에 기꺼이 남아있을 것이다.
<오늘의 속삭임>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사람.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려 중심을 잃기보다
나만의 시간을 홀로 견디며
나이테를 겹겹이 두른 나무처럼
무뎌지더라도 곧게 서서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고,
때로는 기분 좋은 바람을
전할 수 있을 테니까
'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 김재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