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 '사이버레커'시대의 씁쓸함

by 뉴작


과거 방송의 호객행위 주요 수단은 예고와 스팟이 대표적이었다.

예고와 스팟은 말 그대로 앞으로 나갈 방송의 주요한 진액을 뽑아내 만든다.

섹시하고 가장 그럴싸한 것들의 집합체다.

예고와 스팟은 그렇다고, 과장과 허구, 허위 등의 거짓 정보는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방송 프로그램마다 만들고 있긴 한다.


최근에 뉴스 소비가 덜 되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정보와 이슈를 유튜브를 탐색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과거엔 어떤 사건이 터지든. 어떤 이슈에 정보를 얻고 싶을 때

그래도 나름 검증된 언론사들의 기사를 검색해서 정보를 습득하고,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


그런데 최근,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사건이 터지고, 이슈가 터지면

유튜브를 검색하기에 손놀림이 바쁘다.

여기엔 모두 다 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시대의 흐름이고, 미디어의 흐름이긴 하지만,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니,

일명 '사이버 레커'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이버 레커' 란,

교통사고 현장에서 잽싸게 달려가는 레커(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를 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를 조롱하는 뜻에서 등장한 말이다.


이 단어가 처음 생겨난 시기도 2020년이다.

남의 결점이나 불행을 자극적으로 포장해서, 심지어 사실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광고 수익을 챙기는 유튜버들에 대한 분노와 경멸감이 '사이버 레커'에 대한 주요한 감정 중

하나였기 때문에 '좁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공론화하고 퍼 나르는 사람들 전체에 대해서까지

관심이 확장되어 '넓은 의미'로도 쓰이게 되었다.


유튜버에 '사이버 레커'들은 사건에 존재하지 않는 주인공을 만들기도 하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아주 그럴싸하게 잘 꾸며댄다.

그럼 그런 스토리에 사람들은 나름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고,

지지, 혹은 반대의 의견을 마구 표명한다.

당연히 관심은 조회수로 이어지고, 그들은 수익을 얻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이버 레커'가 부정적 의미로만은 쓰이지는 않는다.

그중엔 객관화된 사실을 요령 있게 전파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니,

다만, 이슈의 핵심이 무엇인지,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문제인지의 핵심을 교란시키는 레커들이 있기에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정보 감정소비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법은 형법상 명예훼손.

여기다 비방 목적이 포함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취재한 변호사들은

처벌은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형법상의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 모두 공통적으로 '사실의 적시'를 구성요건으로 하는데,

'의견의 표명'인 경우 처벌이 어렵고, 실무상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표명'을 구분하기 쉽지 않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특성상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실제로 처벌에 이르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 판도가

명예훼손으로 인한 벌금의 액수보다 조회수를 올려 버는 수익이 큰 상황이다 보니,

처벌을 무서워하지 않는 대범함도 여기에 한몫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미디어 환경도 변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자극과 상업적인 변수는 우리를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한다.

유튜브 세상은 '표현의 자유'인 큰 틀 안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는 사람이 없다.

물론, 모든 게 옳고 그름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는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곤란에 빠뜨리고,

인생을 소모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현재 우리나라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가짜 뉴스를 직접적으로 정의해서

콘텐츠를 제재하는 법은 없다.

다만,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대해선 사업자에게

시정요구를 하고, 명령과 조치를 이행한다.

그런데, 현재 2020년 이 부분에 해당해서 감시를 받고 시정명령을 받은 건수는 23건에 불과하다.

참 통계가 납득이 안 가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직접적으로 레커들에게 피해를 당하면 상당 부분 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해서 적지 않은 돈을 들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다.

우리는 현재 이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없는 스토리를 만들려고 애쓰는 사이버 레커들이 있을 수 있고,

내 콘텐츠에 관심과 조회수를 위해 과장된 스토리를 짜내는 레커들도 있을 것이다.

조회수 장사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매일 유튜브를 즐겨보는 요즘의 내가 가장 느끼는 근심거리다.


왜 그런 근심을 하느냐고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방송을 다루고, 정보를 다루고 뉴스를 다루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난 이런 세력들이 퍼져가는 모습이 참 씁쓸하다.

지금은 속지 않으려고 매우 발버둥 치고 있지만,

어느 날 불현듯 나도 모르게 어느 정보에 속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의 속삭임>

서로 무관해 보이는 유튜브 속 정치, 스턴트 영상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술자리에서도 안 나올 욕설과 막말로 가득한 콘텐츠가 스폰서를 자청하는 팬덤을 거느리고,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조회수든 수익이든 정치적 영향력이든 그 동인은 막말과 목숨을 건 스턴트에 있었다.

달리 말해 정치 유튜버와 스턴트 영상 속 주인공들은 모두 '관종'이다

도가 지나친 욕설과 스턴트로 관심을 추구하는 것은 조회수 자체가 돈이요 영향력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종은 더 이상 멸칭이 아니라, 과거와 구별되는 현대인의 특징으로까지 거론된다.

자연히 '나쁜 관종'과 '좋은 관종'을 구별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 '프로보커터' 김내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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