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의 여파

행복과 아픔이 공존하는 일주일

by 냥냥별

풀코스는 끝이 났지만, 나는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늘 그랬듯이, 대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오늘의 경기에 대한 긴 대화가 이어졌다. 코스가 어땠는지, 어느 지점에서 힘들었는지, 각자 떨어져 있을 때 어떻게 달렸는지, 도중에 러닝 유투버를 만난 이야기까지... 이렇게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서로 공감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아무리 힘들었다고 말해도, 같은 날씨에 같은 코스를 경험하지 못하면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만든 추억이 많아 '그때, 그 대회 있잖아~~' 하고 끄집어내기만 하면 그날 술자리의 좋은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그렇게 2시간 반 동안의 대화도 부족했는지, 그날 저녁에는 대회장에서 찍었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며 그곳에서의 기분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폰 배경화면이나 프로필 사진으로 바꿀만한 게 있는지 심사숙고의 과정을 보냈다. 이번엔 4시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즐겼는데도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지...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나 보다. 그때의 설렘, 흥분, 행복, 그리고 성취감을 느낀 순간들로 다시 돌아가 다시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풀코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며칠 동안 *튜브에서 그날의 대회 영상을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다양한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에서 잠깐 나온 내 모습을 찾아보기도 하고, 대회 주로를 따라가며 '난 저기서 저랬는데...' 하는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머물러 있는 것은 생각뿐이 아니었다. 대회날, 아침에 먹은 것에 비해 엄청난 칼로리를 소비한 나와 남편은, 그날 저녁 고기파티를 하며 축배를 들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자꾸 배가 고팠다. 월요일부터는 평소대로 적당히 먹는 삶으로 돌아갔는데, 평소보다 배가 빨리 고프고 빨리 소화가 되는 기분이었다. 또 대회날처럼 에너지를 많이 쓸 줄 알고 내 몸이 빨리 소화를 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충전해 둘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일까? ㅎㅎ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꾸만 속이 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또 관리를 포기하고 막 먹을 순 없었다. 분명히 그렇게 먹고 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내 기준에서 죄책감이 덜 드는 음식을 뱃속에 채워 넣으며 소리치는 배를 달랬다.


몸의 회복도 더디게 느껴졌다. 연습으로 30km 정도 뛰었을 때는 당일과 그다음 날까지 좀 피곤하고 말았는데, 이번에 풀코스를 뛰고 나서는 팔과 다리의 근육통이 오래갔다. 대회에서 달리는 동안에는 마지막 35km 이후에 다리가 엄청 무거워진 것 외에는 크게 아픈 부분이 없었는데, 완주를 하고 난 후에 다리에 '알 배김(?)'이 느껴져 한동안 어그적 어그적 걷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허벅지가 아파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발가락 통증도 제법 오래갔다. 대회날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으니 발가락 하나가 멍이 들어 있었는데, 양쪽 둘째, 셋째 발가락이 욱신거리면서 아팠다. 내 발모양(엄지가 안쪽으로 꺾어진)때문에 예상했던 통증이었지만, 교정기나 테이핑을 하고 장시간 뛰어보니 혈액순환이 너무 안되어 대회 때 빼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10km의 차이는 컸다. 이틀 동안은 아예 달릴 수 없었고, 예전의 몸으로 돌아오는데 1주일 정도 걸렸다. 우리는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슬로우 조깅으로 서서히 몸을 풀었다.


그렇게 첫 '풀코스의 여파' 진~하게 오랫동안 나에게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대회 1주일 뒤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 식단도, 훈련도 평소처럼 다시 시작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점점 나가기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힘을 내 본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나은 기록을 위해서 계속 도전하고 또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큰 숙제를 성공적으로 끝낸 덕분에 더 잘할 수 있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또 달려본다.




이전 01화풀코스, 너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