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고 싶다
엄마는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예뻐지고 싶다
예뻐지고 싶다
아빠 눈에 말고
예뻐지고 싶다
엄마 눈에 말고
예뻐지고 싶다
아이돌 언니들처럼
예뻐지고 싶다
드라마 배우들처럼
그래서 엄마 립스틱 발라 보는데
그래서 사진 어플로 찍어 보는데
그냥 사.진.만. 예쁘다
그냥 그.애.만. 예쁘다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욕심은 나이를 불문하고 계속되는 것 같다.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시는 할머니도 어디 좋은 데 가실 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가시는 걸 보면 말이다. 나도 요즘 거울을 보면 늙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지만, 20대로 돌아갈 순 없어도 지금 나이에서는 예뻐 보이고 싶긴 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쁜 아줌마까진 못 되더라도 후줄근한 아줌마처럼 보이긴 싫다. 그래서 힘들지만 열심히 운동을 하고, 바쁘지만 출근 전에 열심히 찍어 바른다.
우리 딸도 어쩔 수 없는 여.자.다. 애기 때는 오빠의 영향으로 선머슴처럼 뛰어놀고, 옷도 주는 대로 입더니 클수록 조금씩 달라지더라. 어린이집 시절, 여느 딸내미들처럼 엄마 화장품을 가지고 얼굴에 그림을 그릴 때가 있었다. 그때는 말 그대로 장난스러운 그. 림. 이었는데, 요즘 화장대 앞에서 작업을 끝 내고 보내 준 사진을 보면 제법 메.이.크.업. 이란 걸 한 것 같다. 난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아마 유튜브 언니들이 잘 가르쳐준 모양이다.
패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어릴 땐 엄마가 사 주는 대로 잘 입고 오빠 옷도 물려받아 입곤 했는데, 이젠 옷을 살 때 딸에게 검사를 받고 사야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본인의 취향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한 때는 샤방샤방 핑크핑크를 좋아하며 공주 드레스를 입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요란한 것보다는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어디 나가기 전 거울 앞에서 열심히 코디를 하고는 나에게 와서 어떠냐고 물어보곤 한다. '괜찮네~ 예쁘다~'라는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듯하다. 다만 옷을 사도 사도 계속 입을 옷이 없다고 해서 난감하다. 옷을 사 줘도 2~3개만 계속 돌려 입는 오빠랑은 너무 차이가 난다.
초 4인 딸이 요즘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앞.머.리. 다. 아침에 앞머리가 마음에 드냐 안 드냐에 따라서 기분이 달라진다. 내가 보기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어제는 안 이랬다며 속상해하기도 한다.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그런 거라고 좀 잘라주겠다고 하면 눈을 찌르랑말랑 하는 그 선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좀 더 자르고 싶은 엄마와 덜 자르고 싶은 딸내미는 앞머리를 자를 때마다 마지노선을 정하느라 실랑이한다. 그 모습에서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 올랐다. 초등학교 때는 앞머리를 넘겨서 묶고 학교에 가기도 했는데, 딱 중학교에 들어갈 때 단발머리를 하게 되면서 앞머리와 옆머리로 항상 얼굴을 가리고 다녔던 것 같다. 엄마는 보기 답답하다고 머리카락을 좀 넘기거나 핀을 꽂고 다니라고 잔소리하셨지만, 그때의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내 얼굴에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때의 나에 비하면 아직 우리 딸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딸에게 저 준다.
그렇게 꾸며도 자기 눈에는 자기가 예뻐 보이지 않은가 보다. 내 눈에는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딸의 눈에는 늘 자기보다 엄마가 더 예쁘고 언니가 더 예쁘다고 했다. 특히 오빠와 사촌 언니는 마른 체격이다 보니, 자기는 뚱뚱하다고 생각하더라. 지금은 할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줄넘기에 재미를 붙여 예전보다 뱃살도 많이 빠지고 키도 크면서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정도로 정말 많이 예뻐졌다. 그래도 아직 본인은 자신이 없는지 마스크 끼고 나가고, 사진 찍을 때도 예쁘게 나오는 어플을 이용해서만 찍는다. 나도 그랬으니 그 마음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마음은 좀 더 자신을 갖고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예쁜 외모가 플러스알파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외모보다 더 중요한 내면의 아름다움, 즉 친구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는 예쁜 마음씨는 네가 최고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인성과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늘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한때 외모에 자신이 없어 고개 숙이고 다녔던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온 결과, 이제 나는 예쁘다고 해주는 딸이 있는 아름다운 가정이 생겼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00아~ 엄마보다 네가 훨~~ 씬 더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