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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Apr 25. 2024

용돈

많이 주시면 주실수록 감사하지요~ㅎㅎ



용돈   

  

쭉쭉 올라갈수록

팍팍 채워줄수록

하하 웃음이 난다   

  

점점 줄어들수록

텅텅 비어갈수록

흑흑 눈물이 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주기적으로 용.돈. 을 주게 되었다. 어린이집에 다닐때는 거기서 간식을 먹고 바로 집에 오니까 따로 용돈 쓸 일이 없었는데, 학교생활은 아이들 나름의 사.회.생.활.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방과후학교 수업이나 학원수업을 들을때까지 시간이 남으면 친구들이랑 시간을 때우며 간식을 사 먹기도 하고,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서 놀 때도 쓰기도 하고, 한 번씩 친구나 가족들의 생일선물을 사는 데 쓰기도 한다.


  처음 용돈의 금액을 책정하는 데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이 주고 싶진 않았다. 1,2학년 때는 매일 용돈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좀 모자란 듯 해야 아껴쓰는 방법도 깨닫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초반에 시아버님께서 매주 아이들 용돈을 할아버지가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정중히 거절했었다. 일단 주기적으로 주는 용돈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다 맡기는 건 죄송하기도 했고, 우리 아이들 용돈은 아빠, 엄마가 결정해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할아버지께서 우리 아들에게 용돈이 얼마냐 물어보시고 너무 작다고 생각해서 그런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우리는 아이들과 서로 의논해서 조금씩 올려주고 싶었다. 대신 특별한 날이나 아이가 뭔가를 잘 했을 때 한 번씩 주시는 건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러고 벌써 4학년 6학년이 될 정도로 아이들이 컸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동안 아이들이 한 번도 용돈을 올려달라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는 말 하겠지, 그러면 가족회의를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말을 안 하길래 나도 굳이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 저학년때보다 갈수록 친구들 만나는 횟수도 늘고 귀가시간도 늦어지는데, 그만큼 돈 쓸 일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물가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데, 1학년 때 책정한 용돈으로 아직도 유지가 된다는 것일까? 물론 간간히 특별한 날이나 오랜만에 뵙는 어른들을 만났을 때 추가로 용돈을 받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 말고 또다른 용돈 출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 일것이다.


  처음에 내가 그런 말씀을 드렸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댁에 놀러가니까 아마 거기서 자주 용돈을 받는 듯 하다. 우리 아이들때문에 돈 쓰시는게 죄송하기도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는 손자, 손녀들 과자 사먹으라고 용돈 주시는 게 어떻게 보면 작은 행복이실 것 같아서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있다. 그렇게 받은 용돈을 각각 방에 있는 저금통에 저장해 놓는데, 청소하면서 한 번씩 들어보면 꽤 무거운 것이다. 알고보니 아이들이 지폐만 들고 가서 쓰고, 남은 동전은 저금통에 넣어놓고 다시 잘 안쓰는 것이었다. 왜 동전을 안 쓰고 모아놓았냐고 물어보니 '들고다니기 무.거.워.서.요.' 라더라. 와~ 나 때는 동전이든 뭐든 있으면 좋아서 당장 들고가서 과자 사먹고 오락실 가고 그랬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마인드구나.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하다. 물가가 올라서 아이들 과자도 기본 1,000원 이상인게 많고 특히 무인가계에서는 카드나 지폐를 쓰니 말이다. 아들말로는 요즘 다른 친구들은 체크카드만 들고 다닌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옛.날.사.람. 같았다. ㅎㅎ


  며칠전에 아들이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다음주 용돈을 미리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가.불. 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용돈을 올려달라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다. 신기하다. 이제 내가 먼저 가족회의를 열고 용돈인상에 관한 안건을 제시해야 하나 보다. 지난번처럼, 5,000원짜리 한 장 주고 가면서 둘이서 라면이랑 김밥이랑 사먹고 남으면 간식 사먹으라고 한 무지한 엄마가 되지 않으려면, 요즘 물가를 잘 고려해서 아이들 용돈을 올려줘야 할 것 같다. 그들도 쓸 때는 써야 하니까.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회 생활이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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