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냥별 May 16. 2024

현장 체험학습

일단 공부 안 하면 즐겁다~~ ㅎㅎ



현장 체험학습





학교 가는 날이지만

학교 안 가는 것 같은 건

    

늘 먹었던 김밥이지만

더 맛있는 것 같은 건    

 

잔소리 많은 우리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간식만

고르고 골라 넣어 준 것 같은 건  

   

교실 밖이면 무엇을 하던

그냥 다 재밌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 밤 왜 그렇게 설레었을까? 내일 아침은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기에 빨리 잠을 이루려 해도 자꾸 생각이 많아져 늦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여행을 떠나기로 날짜를 잡아 놓으면, 그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설레고 행복해진다. 여행 일정을 짜고 준비하면서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든 일상을 평소보다 좀 더 가볍게 달려갈 수 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역시 그들도 소풍 가는 날 즉, 어린이집이나 학교밖을 나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더라. 일단 가정통신문을 받은 날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다른 통신문은 별 신경을 안 쓰던 아이도,  체험학습 안내 통신문은 집에 오자마자 꺼내어 나에게 가져와서 꼭 사인을 해주셔야 한다고 재촉한다. 그리고 달력에 표시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몇 밤 자야 되는지,  다음 주인지 다다음주인지 자주 물어보곤 한다. 가기 전날이 되면 엄마 손을 잡고 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간식이랑 음료수 등을 챙긴다. 그런데 이것도 변하더라. 어린이집 시절에는 무조건 따라가서 본인이 보고 골라야 한다더니, 나이를 먹을수록 과자 이름만 말해주고 굳이 따라가진 않는다.


  전날 밤에는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니 꼭 깨워달라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시간보다 1시간은 더 빨리 나간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친구들과 미리 모여서 놀다가 간다고 한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갔다. 아니 마치고 놀다가 집에 오면 되지 왜 학교 가기 전부터 모여서 논다는 거지??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는 체험학습 때마다 매번 그런 모임을 가지려고 일찍 나갔다. 심지어 친구들이 집 앞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봤다. 안 그러던 딸내미도 3학년이 되자 오빠처럼 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일찍 나갔다. 참 신기했다. 마치 축제 전야제를 하는 것처럼, 미리 모여서 체험학습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일까? ㅎㅎ


  이렇게 당사자들은 즐겁고 들뜨지만, 부모들은 부담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엔 말이다.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 보니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평소보다 한두 시간은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날 밤 아이는 놀러 갈 생각에 설레여 잠을 일찍 못 자지만, 나는 혹시나 늦잠을 자서 도시락을 못 싸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이 잘 안 왔다. 그리고 도시락의 퀄리티도 부담이 된다. 내가 어릴 때에는 그냥 엄마표 김밥 하나면 행복했지만, 요즘은 '예쁜 도시락'이 인기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캐릭터 모양, 꽃 모양을 비롯한 알록달록 예쁘고 귀여운 도시락들을 보면 먹기 아까울 정도이다. 또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까 감탄하게 되는데, 놀라운 것은 우리 아이가 원하면 똥손이던 엄마도 그것과 비슷하게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 검색으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찾아내어 그 레시피도 잘 저장해 놓고, 그에 필요한 재료도 장을 봐서 준비한다. 그리고 당일날 새벽에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만들다 보면, 겨우 아이가 일어날 시간에 도시락은 완성되지만 주방은 초토화가 되어 있다. 그래도 아이가 점심시간이 되어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기뻐하고, 돌아와서 맛있게 먹었다고 말해주면 그 힘듦은 잊히고 뿌듯함이 남게 된다.  


  힘들게 뭐가 있겠냐 싶은 아이들도 밖에 나가 바람 쐬는 게 좋은 거 보면, 그들도 일상이 지치고 힘든 게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가정에서도 한 번씩 체험학습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고 싶은 주말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엄마표 혹은 아빠표 김밥을 싸서 아니면 그냥 사. 서.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놀아 보자. 집에서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훨씬 좋을 것이다. 초딩때까지는 공부보다 더 필요한 것이 바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하니, 이번 주말에 갈 만한 곳이나 함께 할 만한 운동을 지금이라도 찾아보자.





























이전 14화 감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