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찾아와서는
찰싹 붙어 절친인 척
머리 위에서 쿵쿵 뛰었다
콧 속에서 꼭꼭 숨었다
목구멍에서 간질간질 장난치는 넌
먹기 싫은 가루약 참고 먹어도
먹고 싶던 전복죽 뚝딱 먹어도
갈 듯 말 듯 내 곁에서 질척대다가
슬그머니 다른 친구 만나러 떠나지
계절이 바뀔 때 자주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감기!!
본인을 철.인. 이라 자처하며 거의 병원에 가지 않는 우리 남편 외 나머지 3명은, 병원에 가는 주요 사유가 감기다. 특히 영유아시절에는 면역력도 약하고, 어린이집에서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자주 감기에 걸렸다. 코가 많이 막힐 때는 밤에 잘 때 숨쉬는 걸 힘들어해서 안쓰러웠고, 목이 따갑거나 부울 때는 밥을 잘 못 먹어서 마음이 아팠다. 열감기가 오면 물수건과 해열제, 온도계를 들고 밤새 잠 못자고 간호하기도 했다. 감기 증상은 나도 자주 겪는 아.는.맛. 이라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지 알기 때문에, 큰 짜증 내지 않고 견디는 아이들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일 하는 엄마라 가벼운 감기로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나 더 많이 아플 때 연가를 써야 하기 때문에 나.쁜. 엄. 마. 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보내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곤 했다.
다행히 무럭무럭 커 갈수록 잔병 치례는 줄어들었고, 감기에 걸리는 횟수도 줄었다. 불현듯 찾아온 무서운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던 시절에는 확실히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 다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다니다 보니, 아이들이 다시 감기바이러스를 달고 오더라. 하지만 어릴때처럼 밤새 열에 시달리거나 하진 않고, 며칠 약을 먹으면 쉽게 지나가는 정도이다. 하지만 콧물, 코막힘, 기침, 가래 등은 일상생활에 참으로 귀.찮.은 존재이다. 컨디션도 떨어뜨리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집중도 잘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은 아직도 감기에 걸리면 학교 안 가면 안되냐고 묻는다. 가야하는 걸 알면서도 괜히 매번 물어보는 이유는 뭘까? 어제 아침에도 코가 막혀서 학교 안 가면 안되냐고 묻기에 갔다와서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 아니, 다른 친구들은 감기에 걸려서 학교 안 오기도 하던데, 엄마는 나를 왜 이렇게 강. 하. 게. 키워요?? "
순간 3초간 말문이 막혔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네가 튼튼하고 멋진 사람이잖아~ ^^"
사실, 6학년이라도 아직 어.린.이. 이고 아플 땐, 엄마 품에 안겨 부비데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집에서 누워서 뒹굴뒹굴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데 내가 굳이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첫째, 엄마도 아빠도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돌봐 줄 수 없어서이다. 즉, 생계의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ㅎㅎ 어른이 아무도 없는데 아픈 아이를 집에 혼자 두면서 점심도 챙겨주지 못 하면 걱정이 많이 된다. 학교에 가면 그래도 보건실과 급식소가 있지 않은가? 물론 아이가 많~이 아플때는 누군가가 결근을 하고 돌보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상황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결근할 수 있는 날을 최대한 저장해놔야 한다.
둘째,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가벼운 감기 정도는 약을 먹고 견디다 많이 아프면 보건실에 가서 누워 있는 정도로 충분하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땐 학생이 학교를 매일 가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특별한 일이 가벼운 감기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허용해 주면, 가기 싫을 때 아프지 않은데도 아픈 척하며 비벼볼 수도 있는 것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대신 방과후수업이나, 학원을 쉬고 싶다면 그정도는 허락해주며 타협을 본다.
엄마도 감기에 걸릴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붙어서 뽀뽀도 하고꽁냥꽁냥 하다보니 아이가 걸리면 바로 옮는다. 그래서 우리집은 한 명이 걸리면 아빠 빼고(왜일까?ㅎㅎ) 다 걸리고 끝이 난다. 그런데 엄마가 아프면 여러모로 힘들어진다. 엄마는 아프다고 집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움직이지 않으면 집안이 안 돌아간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어릴 수록 더 심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먹이고 재우는 것까지 엄마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아빠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집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집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들이라 조금 수월한 것 같다. 엄마가 누워서 입으로만 잔소리해도 스스로 다 할 수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밥'은 해줘야 한다. ㅎㅎ 그런데 아플 때 집안일을 하면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하는 말투가 예민해 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감기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바로 약을 사 먹는다. 많이 아프면 나만 더 힘든 걸 알기에, 엄마가 아프면 아이들도 불편해질걸 알기 때문이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란 말이 있다. 비교적 가벼운 병이고 빠른 시간안에 나을 수 있는 병이기에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지만, 심해지면 폐렴이나 더 큰 병이 될 수도 있으니 예방하는 게 제일 좋긴 하다. 그래서 아이들도 우리 부모들도 골고루 식사를 잘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도 하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감기가 찾아옴으로서 생기는 그 며칠간의 아픔과 스트레스, 불편함을 툭 쳐서 날려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귀찮지만 운동을 해본다.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