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냥별 May 18. 2024

애정이 식으셨나요?

설마... 이제... 지겨워??



애정이 식으셨나요?




학교에서 열심히 만든

내 작품 가져가면  

   

어머나

너무너무너무 멋있다!!     


학교에서 열심히 만든

내 작품 또 가져가면

    

정말 잘했다!     


학교에서 열심히 만든

내 작품 또또 가져가면


잘했네!


학교에서 열심히 만든

내 작품 또또또 가져가면

    

어...

이제 그만 가져와도 되는데...     


나는 계속 듣고 싶은데

그래서, 그래서 가져가는 건데...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집안 곳곳에 아이의 흔적이 있다. 자랑스러운 상장을 비롯해 정리안 된 장난감, 읽다만 책, 휙 던져놓은 잠옷 등등. 그리고 아이가 만든 작품들이 장식품처럼 전시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두 명이라 전시품이 너무나도 많다. 그림과 만들기 작품이 해마다 쌓이고 쌓인다. 특히 우리 딸은 방과후학교 수업으로 클레이로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온다. 그런데 내가 집안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주부가 아니기도 하고, 아이들의 작품을 두고 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인지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첫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처음으로 그림작품을 가지고 온 순간을 떠올려보면 정말 뭉클했었던 것 같다. 집에서 놀 땐 펜으로 그저 선만 쭉쭉 그어대고, 사람이나 동물을 그려도 기이하고도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그림은 선생님의 지도나 꾸밈이 조금 첨가되어서인지 몰라도 왠지 하나의 작.품. 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돌고래 같은 목소리로 폭풍 칭찬을 하며 가족들 다 보라고 거실 벽면에 붙여놓았다. 그 후로 아이는 뭔가 잘했다고 생각되는 그림을 그리면 또 붙여달라고 가지고 왔고 그렇게 거실 벽면을 빽빽이 채우게 되었다. 더 이상 붙일 곳이 없어지면 아이와 상의하여 먼저 붙인 것 중에 이제 떼도 될만한 것을 골라 그 자리에 다시 붙이곤 했다. 한 번씩 우리 집에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 그림들을 보고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주시지만, 조용히 나에게는 너무 많아 지저분하다고 몇 개만 놔두고 다 떼버리라고 말씀하진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종종 아이들의 그림을 보는 게 좋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 그림부터 최근의 그림까지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사진처럼 그 그림을 그렸을 때의 일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이와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붙이지 못하고 따로 아이방 서랍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도 많다. 그렇게 어딘가 들어가 버리면 다시 꺼내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그림 전시공간을 아직 조금 더 운영하고 싶다.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까지는 만들기도 참 많이 한다. 그림보다 만들기는 더더욱 집에서 엄마가 같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선생님과 함께 많이 해보는 것을 참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손을 써서 활동하는 게 창의력발달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것을 집으로 가져와 자랑하면 우리의 반응이 중요하다. 진짜 멋지다, 잘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었냐 물어보며 아이가 으쓱해진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게 하나둘씩 쌓여 아이방 공간을 채우고도 남으면 거실이나 우리 방까지 자리를 침범하게 된다. 물론 그림처럼 놔두도 보는 게 좋긴 하지만, 부피가 있다 보니 벽에 붙일 수도 없고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데도 한계가 있더라. 또 튼튼하지 못해서 쉽게 고장 나거나 부서지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아이 몰래 아주 예전 것들부터 조금씩 버려야 한다. 그런데 잘못 걸리면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찾아들고 와서 이거 왜 버렸냐며 따질 때도 있다. 내가 버린 게 자기가 좋아했던 작품이면 왜 안 물어보고 버렸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버린 게 티가 나지 않게 꽁꽁 싸서 버리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한 애착이 엄청 강한 것 같다.  


  이렇다 보니, 아이가 작품을 가지고 왔을 때 예전처럼 폭풍 칭잔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 오면, '아~~ 또 만들기 가져왔네... 놓을 때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적이 솔직히 있었다. 그래서 로. 봇. 연. 기. 하듯 반응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이제 시들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더 크고 나서는 나의 칭찬의 반응이 시들하면 '엄마 왜 대충 말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속으로 뜨끔해진다. 아 좀 더 열심히 칭찬해줬어야 했는데......  그렇다고 아이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 결코 아니다. 단지 예.쁜. 쓰. 레. 기. 가 자꾸 생기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을 뿐. ㅎㅎ 제발 아이가 엄마를 오해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초딩시절 동안 좀 더 열심히 반응하고 칭찬해 줘야겠다.    

이전 15화 현장 체험학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