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엄마는 아직 꼬옥 안아주는데
엄마는 아직 내 손 잡고 자는데
엄마는 아직 토닥토닥 재워주는데
엄마는 아직 화장실도 같이 가 주는데
아빠는 왜 내 방 가서 자라 하는지
아빠는 왜 저 놈 다 컸다고 하는지
아빠는 왜 엄마랑 둘이 잘려고 하는지
아빠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태어나 1년 미만의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가지 힘든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잠을 재우는 일이다. 아기시절에는 잠자는 시간이 길어서 잠이 오면 쉽게 잠들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일명 '잠투정'이 심한 아이는 잠들기전에 짜증내고 우는 습관이 있어 한참을 달래야 한다. 안거나 업어서 왔다갔다 하며 겨우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든 것 같아 살포시 눕혀도 끝이 아니다. '등센서'가 있는 아이는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 으앙~~하고 다시 울어댄다. 우리 첫째가 이런 아이였다. 재우기도 힘들고 잠이 들었다가도 자주 깨서 울기도 했다. 그래서 육아기 초반동안 내가 푹 잠을 잔 적이 하루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어릴때부터 '수면교육'을 열심히 하는 부모들이 많다. 안아서 어르고 달래서 재우는 것이 아니라 잠이 올 때가 되면 자기 방 자기 자리에 누워서 잠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도 임신중에 육아서적을 읽으면서 그런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아기가 태어나니 그렇게 하긴 어려웠다. 일단 신생아 때는 잠들어 있어도 숨은 계속 쉬는지, 분유를 토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 많아서 항상 옆에 끼고 있게 되더라. 그래서 출산 전에 준비했던 아기 침대는 무용지물이 되었다.ㅎㅎ 조금 더 커서도 밤에 자다가 울 때가 많아 수시로 토닥토닥 해주거나 안아주려면 같이 자야 했다. 처음에 잠이 들 때도 늘 안거나 업어서 재우다보니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심할 때는 차에 태워 2~30분 돌고 오기도 했다.
이렇게 안아서 재우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시부모님께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너무 자주 안아주지 말라고 하셨다. 아기가 사람 손을 타면 더 자주 울고, 안아주지 않으면 잠투정도 심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걸 잊으셨던걸까?? 첫 손자라 너무 예뻐서 그런지 두분은 서로 아기를 품에 안으시려고 쟁탈전을 벌이셨다. 그때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기때문에 나와 남편은 정작 아기를 안을 기회가 많지 않을 정도였다. 아기를 재울 때도 거의 대부분 할머니가 포대기로 업어 재웠다. 그 습관으로 우리 첫째는 한 4살까지도 업어야 잠을 잤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내새끼가 태어나니 어찌나 귀엽던지, 계속 뽀뽀하고 안아주고 싶었다. 이건 본능이라 어쩔수 없나보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인 지금까지도 아이들은 내 곁에서 잔다. 평소에는 사춘기 기운을 펄펄 풍기며 시크한 아들도 잠 잘때가 되면 안아달라고 하고, 딸내미는 엄마 머리카락을 잡아야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집 아이들처럼 자기방에서 따로 자고싶다는 말도 안 해서 여지껏 거실에서 네식구가 같이 자고 있다.
그런데 잠자리 정하는 것에 규칙이 있다. 평일엔 엄마를 가운데 두고 두 아이가 번갈아 자리를 바꾸고, 주말엔 아빠와 엄마가 붙어서 잔다. 즉, 아빠 옆 보다 엄마 옆에 자는것을 더 좋아하여 싸우지 말라고 규칙을 정한것이다. 아이들이 아빠 곁을 왜 싫어할까? 아마도 장난기많은 아빠의 가벼운 괴.롭.힘. (?) 과 엄마보다 거친 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빠는 좋아서 꽉 끌어안지만 아이는 답답해서 싫은 것이다. 특히 아들은 클수록 아빠가 안아주는걸 멀리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자주 티격태격하는데 그럴때면 아빠는 이제 다 컸으니 너희 방에 가서 자라고 한다.
때가 되면 같이 자자고 붙들어도 자기방으로 도망갈 아이들이라,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자고 싶다. 딸내미는 아직도 그저 아기같고, 아들은 덩치도 많이 커지고 목소리도 걸걸해졌지만 내 눈에는 귀엽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서로 엄마옆에 오려고 하는 모습이 나는 너무 고맙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겐 아이들이 모두 할머니댁에 가서 자는 금요일밤이 있으니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이해할 것이다. 왜 그때 아빠가 자꾸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했는지. ㅎㅎ 아빠도 같이 안아주면 덜 삐질텐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니, 막내 고양이까지 이불속에 들어와 온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자는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