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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May 23. 2024

반장 선거

이젠 쿨~하게 축하해 줄게^^

반장 선거



할 생각도 없었는데

엄마가 나가보래서

     

뭐라고 말할까 글도 써보고

어떻게 말할까 말도 해보고

무슨 옷 입을까 고민고민하다가  

   

눈을 떴는데 벌써 아침

두근두근두근     


친구들 발표를 너무 잘해서

콩닥콩닥콩닥    

 

날 보는 수많은 눈동자에

쿵쾅쿵쾅쿵쾅   

  

할 생각도 없었는데

나가보니 하고 싶어서  

   

똑 떨어지니 속이 상해서

뚝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매년 새 학기가 되면 반이 바뀌면서 반 친구들의 구성원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들을 대표하고 선생님을 도와드릴 임원들도 뽑게 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땐 반장, 부반장 각각 1명씩만 뽑았었는데, 우리 큰 아이에게서 반장을 5명이나 뽑으며 요즘은 '봉사위원'이라고 불린다는 말을 들었다. 반장의 역할이 겉으로는 멋있는 감투지만 귀찮은 일도 힘든 일도 많은데, 한 명이 다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일을 나누어하면 부담도 적고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들에게 너도 한 번 도전해 보라고 옆구리를 찔렀더니 본인은 별 관심이 없다며 넘어가버렸다.


  그런데 1년 뒤 4학년 새 학기가 되었을 때, 웬일인지 자기도 반장선거에 나가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5명 안에 뽑혔다는 기쁜 소식을 가지고 왔는데,  소견 발표를 뭐라고 했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무뚝뚝한 아들은 말해주지 않더라. 어쨌든 반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에 엄마로서  아이가 많이 큰 것 같아 기특했다. 그렇게 1년간 열심히 활동을 했는데, 그다음 해부터는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막상 해보니 힘들었던 것일까? ㅎㅎㅎ


  둘째 아이도 처음 반장선거를 하게 된다고 들었을 때 도전해 보라고 적극 추천했다. 당선되어 활동하면 당연히 좋고, 혹시나 떨어지더라도 그걸 준비하고 선거를 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딸내미는 친구들의 뜻에 따라가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 반장이 되어 리더십도 좀 길렀으면 했다. 처음엔 안 하겠다고 빼더니 며칠 뒤엔 한 번 해보겠다고 마음을 바꾸고는 소견 발표로 할 말도 의논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듯했다. 그런데 선거 당일날 집에 돌아온 딸에게 결과를 물어보니 떨어졌다며, 다른 친구들은 말을 너무 재밌게 잘하더라고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었다. 아이에겐 처음 겪어보는 공식적인 패. 배. 감.이었다. 엄마에게 떠밀려 나가 보았지만 투표에서 진 것이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꼭 안아주면서, 네가 열심히 준비했고 정정당당하게 투표를 한 거면 괜찮다고, 떨어진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다독거렸다. 다행히 금방 털어버렸고 그다음 해 새 학기에 또 도전을 했지만 또 뽑히진 못했다. 다만 전혀 울지도 않고 쿨하게 넘어가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뼘 더 성장한 것이다.


  반장 혹은 봉사위원이 안 된 나머지 학생들도 각자의 역할을 다 가지고 있다. 우리 때 뭐 체육부원, 미화부원 등이 있던 것처럼 자기 반 안에서의 할 일을 정해 놓았는데, 들어보면 더 세분화된 듯하다. 체육시간에 아이들 줄 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그날의 급식 식단표를 적는 일도 있고,  도 있다. 이렇게 작지만 각자가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할 땐 그 반의 하루가 잘 돌아가지만, 한 명이라도 자기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삐걱거리게 된다. 한 반이 마치 하나의 작은 사회인 셈이다. 아이들은 그러면서 자연스레 책임감과 사회성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도 권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먹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이 아닌,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서 다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끔은 꼭 이익이 없어도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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