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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May 28. 2024

리코더 시험

엄마~엄마~들어봐요~~^^



리코더 시험




내일은 리코더 시험 날

며칠째 열심히 연습했지만

     

조심히 후후 불어도 삑삑

힘주어 투투 불어도 삑삑     


울 오빠처럼 고운 소리 내고 싶은데

선생님처럼 멋지게 불고 싶은데     


내 진심이 혹시 새어나갈까

구멍들을 꼭꼭 막아보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니?

네가 감기에 걸려 버린 거니?   

  

자꾸자꾸 이상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내 마음도 몰라주는 얄미운 리코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음악시간에 다양한 악기도 배우게 된다. 캐스터네츠, 심벌즈, 북 같은 리듬악기로 시작해 계이름을 배우고 악보 보는 법도 배우면서 음을 연주하는 악기도 배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연습하는 악기들을 보면 우리가 어릴 때 배우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띵똥 띵똥 두드리는 실로폰, 고운 소리 나는 리코더, 소리 내기 진짜 힘들었던 단소 등등. 실로폰이나 피아노는 음계에 맞게 건반을 치면 되어서 아이들이 크게 어려워하진 않았다. 그런데 리코더나 단소는 입으로 불면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땠다 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작은 아이들은 처음부터 잘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우리 둘째는 많이 힘들어했다. 2년 터울인 오빠가 먼저 리코더를 부는 것을 보고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3학년이 되어 막상 시작해 보니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대로 했는데도 안 된다며 한숨을 쉬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오빠보다 훨씬 작은 손가락이라 구멍을 잘 막기고 어려웠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어느 정도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하는 지도 가늠이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나도 어릴 때 리코더를 많이 불어 봐서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많이 연습하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 타기처럼 어느 순간 '앗 이거다!!'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까지 짜증이 나도 참고 참고 또 참으며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어린아이들에겐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번 하다가 안되면 '안 해!!'하고 리코더를 집어던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힘들면 쉬었다가 내일 또 연습하자고 딸내미를 잘 어르고 달랬다. 그러다 어느 날 부드러운 소리가 한 번 나면 '바로 그거야!!'라고 칭찬도 팍팍해 주었다. 그렇게 고운 소리와 삑삑 대는 소리가 교차하며 들리던 딸의 연주는, 어느새 한 곡을 모두 고운 소리로 이어갈 수 있는 실력으로 향상되어 있었다. 자신이 생긴 아이는 스스로 유튜브에서 리코더 연주곡을 계속 찾아 이곡 저곡을 불어보며 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기억나서 나도 한 번 다시 불어보고 싶었다. 리코더를 손에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날까 싶었지만, 역시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ㅎㅎ 그런데 높은 도 이상의 음계를 부는 방법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더라. 아무튼 몇 달 안에  실력이 쑥쑥 늘어난 딸이 정말 대견했다. 잘하고 싶어 스스로 노력한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 후 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파티를 하는 날이었다.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면 케이크에 촛불을 켜서 축하드리고, 매번 손녀들이 댄스 공연을 하는 순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댄스가 아니라 두 아가씨가 리코더를 손에 들고 나왔다. 그리고 언제 그렇게 연습했는지 멋진 합주를 보여주었다. 가족들은 큰 기대 없이 조용히 듣고 있다가 연주가 끝나자 폭풍 칭찬과 큰 박수를 보냈다. 생각보다 너무 잘 맞는 아름다운 연주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꾹꾹 참았는데, 알고 보니 남편과 다른 가족들도 울컥했다고 하더라.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들이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감동이 몰려와 눈물이 몽글몽글 맺힌다. 앞으로도 '엄마~엄마~ 들어봐요!!' 하고 나에게 달려와 연주를 보여줄 때, 귀찮아하지 않고 잘 호응해 줘야겠다. 보람을 느낀 만큼 아이는 더 쑥쑥 자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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