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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Jun 06. 2024

괜찮은 하루의 끝

괜찮아 ~  내일 또 새로 시작하면 되지^^



괜찮은 하루의 끝




지각 없이 학교에 가서

실수 없이 수업 마치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저녁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서 친구를 이기고


그렇게 그렇게 기분이 좋게

그렇게 그렇게 자려고 누웠는데  

   

오늘은 참 괜찮은 하루였어

이렇게 이렇게 눈이 감기는 순간   

  

아 생각이 났다

어떻게 어떻게 숙제를 안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비슷한 루틴으로 일상을 보내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날은 없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가 다를 수 있고, 같은 곳을 가더라도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나의 기분이 바뀌기도 한다. 또 하루종일 일이 잘 안 풀리는 날도 있고,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날도 있다. 특히 '머피의 법칙' 같이 실수나 좋은 일이 자꾸 일어나는 날에는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싶거나 오늘 하루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반면 별 실수 없이 좋은 일이 계속 생기면 당연히 기분은 좋지만, 하루에 운을 너무 다 쓴 것 같아 혹시 내일 나쁜 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함도 뾰족 튀어나고기도 한다.


  이런 하루의 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는 출발점은 바로 아침이다. 기분 좋게 일어나서 별 탈 없이 학교를 가거나 출근을 하면 일단 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디가 아프거나,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거나, 부부끼리 말다툼을 했을 때는, 일단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리 티를 안 낸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나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불만이나 짜증이 섞여 나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나 업무를 하는 것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몸이 안 좋으면, 평소엔 그냥 넘어갈 일도 아이들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뭐라고 할 때가 있다. 또는 아침에 어떤 일로 남편과 다투고 출근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고 일이 손에 잘 안 잡힌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침부터 엄마에게 꾸중을 들으면 학교에 가서도 기분이 안 좋을 것이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하루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더라도 아침엔 큰 꾸중은 안 하려고 한다. 물론 정상적인 일과 진행을 위한 일상적인 자잘한 잔소리는 하지만, 되도록이면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한다. 주로 아침에 잠 깨우기와 양치질시키기가 관건인데, 화내는 목소리와 등짝 때리기는 최대한으로 보류한다.


  아이들도 저녁이 되어 나를 만나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중에 좋았거나 싫었던 일들을 말해주곤 한다. 그중에서는 자잘한 행복 혹은 실패에 대한 일도 있고, 뭔가 고민해야 하거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제법 큰 사건이 있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며 행복한 얼굴로 자랑하는데, 들어보면 어른들에게는 그다지 기뻐할만한 일이 아닌 것들도 많다. 그래도 그럴 때 우리가 할 일은 '아~ 정말? 진짜 좋았겠네~~' 하면서 호응해 주는 것이다. 반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하면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크게 걱정하지 말라던지, 엄마가 같이 도와주겠다는 말로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그날 하루를 잘 정리하고 내일부터는 새롭게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우리 첫째가 게임을 하다 갑자기 거실로 달려 나와 나에게 말했다.  


    " 엄마~~ 지금 내 게임 역사상 최고의 일이 생겼어요!!!"


그 최고의 일이라 함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안에서 어떤 아이템을 강화했는데 2개나 최고 높은 급으로 변해서 엄청난 게임머니를 벌었다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아이의 말에 사실 나는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나는 게임을 전혀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바로 튀어나온 말이 '그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냐?'였다. ㅎㅎ 그랬다가 바로 미안해저서, '우와 좋겠다~ 올해 운을 다 쓴 거 아니냐??'라고 호응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말했다.


  " 엄마, 나 이미 최근에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수학여행 가서 다치고, 축구하다 다치고... 그래서 이제 좋은 일이 생긴 거예요~!! ^^"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인 건가? ㅎㅎ 그러니 힘들거나 슬픈 일이 생겨도 빨리 털어버리자. 오늘이 망했으면 빨리 자고 내일을 새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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