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훈련이 어렵다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보자.
이번 휴일에는 남편과 함께 남편의 숙제를 해결하러 갔다. 그는 최근에 어떤 '러닝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이번 달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는 늘 스스로 러닝 훈련을 해왔지만, 피곤하거나 귀찮으면 미루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은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신청자의 목표에 맞는 다양한 러닝 과제를 준다. 그러면 남편은 주어진 기간 안에 해당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사진을 찍어 올리게 된다. 그러면 러닝 코치가 그것을 보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다른 신청자들의 댓글의 힘이라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우리 남편처럼 러닝을 잘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가질 수도, 러닝크루에 속하거나 코치님을 찾아가 배울 수도 없는 상황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글을 올리면 공감해 주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고 한다. 남편은 그런 댓글을 보면 다 함께 훈련하는 것 같아서 힘이 많이 된다고 했다.
사실 전날밤에도 남편은 과제를 수행했었다. 늦게 퇴근했지만 컨디션은 괜찮아서 러닝을 하고 씻겠다며 호기롭게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의지를 방해하는 요인들이 발생하리라고는 우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살짝 오다 말다 하던 비는 남편이 뛰는 동안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왕 시작한 거라 옷과 신발이 젖어도 끝까지 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4분 50초 페이스로 5km 뛰기 과제를 거의 끝내갈 무렵,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혔다. 세상에, 기록을 재고 있던 스마트 워치의 배터리가 다 되어 버린 것이었다. 1,2분만 더 버텨주었어도 성공이었는데, 그냥 거기서 워치가 꺼지면서 기록 측정도 끝나버렸다. 남편은 정말 허탈했다고 했다. 집에 와서 다시 충전 후 살펴보니, 다행히 꺼질 때까지의 기록은 남아 있어서, 나는 그거라도 올려보라고 했다. 상황 설명을 하면 정상 참작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참 러닝의 변수는 다양한 것 같다. ㅎㅎ
그 사건 후 다음날 낮에 다시 과제를 수행해 보기로 했다. 10분쯤 몸을 푼 다음, 4분 50초 페이스로 5km 달리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페이스 메이커'를 해주겠다고 자처했다. 그동안 10km, 하프까지 뛰어봐서 나름 러닝 짬빠(?)가 좀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일까? ㅎㅎ 아니 그리고 사실, 대회에서 초반에는 그 정도의 페이스로 달린 적도 있었다. 암튼 둘이서 도전을 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2Km, 나의 한계는 고작 2km까지 밖에 안 되었다. 숨이 너무 차고 다리도 금방 무거워졌다. 우리는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우리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계획을 변경했다. 조깅 페이스로 10km 이상 길게 뛰는 것으로 말이다. 너무 더운 날씨를 탓하면서... ㅎㅎㅎ
이렇게 변수는 늘 존재하고 우여곡절도 많겠지만, 남편의 러닝 과제 수행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혼자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우리 남편처럼 이런 러닝 프로그램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돈을 내고 몇 달 치 헬스클럽을 끊어 놓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나가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러닝 약속을 정하면 성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혼자 운동할 때는 내가 하기 싫을 때 마음만 먹으면 안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천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내가 정말 계획대로 잘 수행하는 매우 의지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운동방법을 배우고 피드백도 받아보고 싶다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