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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러닝도 할만하다??

더위엔 무리하지 마세요~~^^

by 냥냥별



더위는 러닝의 적이다?



러닝은 주로 밖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날씨 혹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단 가 많이 오면 밖에서 뛸 수가 없다. 약간 오다 안 오다 하는 정도면 기꺼이 맞으며 뛰겠지만(이것도 나처럼 신발이 젖는 걸 싫어하는 분은 패스하시겠지만 ㅎㅎ), 제법 많이 내리면서 바람까지 쌩쌩 분다면 그냥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예전에 한 번 이런 날씨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끝까지 뛴 적이 있었는데, 옷이 젖으면서 몸은 점점 추워지고 다리는 무거워지고 집은 외이리 먼 건지... ㅜ.ㅜ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남편은 '트레드밀'을 질러 버렸다. 비가 오는 날도 집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추운 겨울에도 쉽지 않다. 따뜻하게 많이 껴 입으면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러닝은 몸이 둔하면 하기 힘들다. 복장은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겨울이라도 일단 1km 정도 뛰다 보면 몸에 열이 나서 더워지지만, 그전까지는 추위로부터 어느 정도 몸을 보호해 줘야 운동을 시작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얇은 점퍼에 러닝용 조끼를 입거나, 많이 추운 날은 경량 패딩을 입고 뛴다. 또 모자와 귀마개,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얼굴을 가리는 건, 막상 해보니 나는 너무 답답해서 얼마 못 가 벗어던지고 말았다. 코가 빨개지더라도 후우~후우~ 공기 중으로 숨을 내뱉는 게 좋더라. 어쨌든 나는 운동을 떠나서라도 추위를 워낙 잘 타는 체질이라, 겨울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계절에 러닝을 지속적으로 이어 왔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견한 일이다. ㅎㅎ


차라리 여름이 낫다고 생각했다. 겨울은 일단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싫어 야외 활동을 최대한 줄이는 나였지만, 여름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화장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옷도 가볍게 입을 수 있고 버스나 건물에 대부분 에어컨이 잘 나오기 때문에, 바깥 활동을 하는데 겨울보다는 덜 힘들었다. 그리고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러닝은 겨울보다 여름이 더더더 힘들었다. 나보다 몸에 열이 많은데도 가볍게만 입으면 운동할 때 더위를 잘 견디는 남편에 비해서(평소에 바깥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ㅡㅡ), 나는 더위에 완전 쥐약이었다. 천천히 뛰는데도 숨도 금방 가빠지고 체력도 빨리 바닥나버려 다시 회복되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서 같이 출발해도 여름엔 항상 남편과의 거리가 엄청 벌어지고 만다.



더울땐 저런 다리 밑 그늘을 지나갈때 제일 행복함ㅜㅜ

러닝 선배들도 여름에 러닝 훈련은 어렵고, 기록이 안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그래서 낮보다는 비교적 서늘한 새벽이나 저녁에 달리거나, 그늘이 있는 가로수길이나 산에서 훈련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속도를 빠르게 올리는 훈련보다는 천천히 조깅하는 정도의 장거리 훈련으로 러닝 마일리지를 쌓으라고 한다. 그렇게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가을에 실력이 향상될 거라고 한다.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도 작년 여름은 정말 힘들었다. 러닝을 시작해서 처음 맞는 여름이었고, 내 체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이었다. 실력은 늘지 않고 자꾸 몸이 쳐지는 상황이 짜증이 나기도 했고, 이 계절을 이 더위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훈련하는 법을 아직 잘 몰랐던 것 같다. 어릴 때 너무 덥다고 말하면 엄마가 하시던 말씀을 떠 올리면 되는데 말이다.


" 여름이니까 덥지 "


그래, 여름이니까 더운 거다. 그래서 더우면 더위를 피해서 뛰고, 숨이 막히면 안 막힐 정도로 천천히 뛰면 되는 거다. 수분도 잘 섭취해 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땀을 쭈~욱 빼고 운동한 후에 하는 샤워는, 그냥 할 때보다 100배는 더 상쾌하다는 걸 운동해 본 사람은 다 알 거다. 그러고 나서 몸에 좋은 음식을 잘 먹어주면 된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실제로 가을이 되어 나간 대회에서 우린 어땠을까? 부상만 없다면 기록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1kg 정도 빠진 몸무게도 또 하나의 기쁨이랄까? ㅎㅎ


지난 일요일 오후, 남편과 매 번 달리던 근처 주로에서 평균페이스 6분으로 10km 지속주 훈련을 했다. 그보다 짧은 거리였지만 그 전날엔 5분 50초 페이스로 뛰었었고, 며칠 전에는 5분 30초 페이스로도 남편 뒤를 잘 따라갔었다. 그런데 고작 1km도 안 되어 숨이 차기 시작했고 다리는 무거워졌다. 그러면서 남편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조깅 페이스로 훈련 방향을 바꿔버렸다. 다음 대회도 일주일밖에 안 남았고, 무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남편을 멀~~ 리 떠나보낸 채로 내 페이스대로 뛰었고, 한참 뒤에 호흡이 제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제 진짜 여름이 시작되었구나... ㅎㅎ



물속에 발 담그고 있는 오리들이 부러워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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