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완주를 향하여~~
다만 어떻게 끝이 나느냐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완주하느냐, 아니면 중간에 포기하고 마무리하느냐는 오로지 나의 판단이다. 포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약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그날의 몸 컨디션이나 부상정도에 따라서 포기를 선택해야 될 때도 있다. 많이 아픈데도 무리하게 몸을 쓰면 오히려 부상이 심해지거나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완주 욕심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상태라면, 이왕 대회에 참가한 거 그 대회의 완주 매달은 꼭 받아가고 싶은 게 참가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많은 참가자들 중, 수상을 목표로 혹은 기록 단축을 목표로 죽기 살기로 달리는 상급 러너들보다,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서 완주가 목표인 러너들의 비중이 훨씬 많다. 그래서 동호회원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참가하여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도중에 이야기도 나누고 힘들면 조금 걷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도 사실 대회 때마다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기를 쓰고 달리는 편이다. 아직 실력은 낮지만 조금이라도 나의 기록을 단축하고 싶어서, 다리가 좀 아파도 걷는 것도 용납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회가 끝나고 부상이 오래 간 적도 있었다. 이번에 참가한 대회에서도 욕심을 부릴 뻔했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고, 단 30초라도 줄여서 '내 실력이 늘었네~~' 하고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6km 정도에서 나는 그날의 목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날의 날씨와 코스는 초보러너가 욕심을 부리기엔 너무나도 높은 산이었던 것이다.
그날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멋지게 출발하여 한 5km까지는 우리가 계획한 속도로 잘 달려갔다. 하지만 금방 몸은 더워졌고 숨은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그런 데다가 곧 업힐 구간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반환점에 도착할 때까지 꽤 많은 업힐이 계속 나타났다. 이미 날씨에 지친 상태에서 두 번째 업힐 구간을 지나고 나니, 나는 남편과도 많이 멀어져 버렸다. 다리가 너무 무겁고 체력 회복도 빨리 되지 않았다. 그런 나를 기다려주는 남편에게 '나는 틀렸으니 먼저 본인 페이스대로 가'라고 했으나, 그도 종아리에 쥐가 낫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서부터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같이 완주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ㅎㅎㅎ
그러나 그마저도 쉽진 않았다. 나도 전날밤 자다가 쥐가 낫던 한쪽 종아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해서, 달리는 중간중간 파스를 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또 몇 번의 힘든 업힐 구간을 지나야 했으며, 난대 없이 옆구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의 대회 참가 경험을 통 틀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매번 대회날 아침에 화장실을 잘 가고 참가했는데, 이날은 가긴 갔지만 뭔가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반환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점점 참기가 어려워졌던 것이다. 그렇게 겨우 반환점을 돌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급수대 근처에서 오아시스 같은 화장실을 발견했고, 나는 휴지가 있는지 없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휴지는 있었고, 그 후 좀 더 가벼워진 몸으로 남은 길을 안심하며 갈 수 있게 되었다.ㅎㅎ
그 후로도 남편의 종아리에 계속 쥐가 나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달려갔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힘들 땐 남편이 나를 기다려주고 남편이 힘들 땐 내가 기다려주면서, 그렇게 서로를 챙기고 다독거리며 가다 보니 늦어도 완주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천천히 가니까 1km, 1km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빨리 끝내고 싶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ㅜ.ㅜ 그렇게 견딘 끝에 마침내 우리에게도 '끝'은 왔다. 우리는 손을 잡고 들어가 피니쉬 라인에서 사진도 찍었다.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헤쳐 나가 함께 결과를 이루어 낸 이 2시간이, 마치 우리의 결혼생활 같이 느껴졌다.
부부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마라톤을 뛴다는 건, 같은 취미를 하는 즐거움 그 이상의 찡~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