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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러닝 거리를 늘려봐

함께 하면 덜 지루한 장거리 훈련

by 냥냥별


길게 달리면 지루하지 않을까?




우리(남편과 나)가 좋아하는 러닝 유투버님은 한 번씩 구독자들과 함께 단체 장거리 훈련을 할 때가 있다. 작년에 가까운 곳에서 훈련을 할 때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초보인 나는 따라가기 힘들었지만(다들 너무 잘 뛰셔서 ㅠ.ㅠ) 좋은 경험이었다. 남편과 둘이 할 때보다 여러 명이 함께 장거리를 달리니 평소보다 더 오래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리에서 너무 뒤처지면 부끄럽기도 하고, 뒤쳐진 나를 신경 쓰실까 봐 최선을 다해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뛰는 맛(?)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이번 훈련은 더운 날씨 때문에 새벽에 모인다고 공지가 올라왔는데, 우리가 그 시간에 가기엔 너무 먼 곳이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둘이서 장거리 훈련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가지 러닝 훈련이 있지만, 여러 선배님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조깅 페이스로 러닝 거리 마일리지를 쌓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각자 실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인이 지속적으로 달리기에 호흡이 불편하지 않고 심박수도 많이 높지 않은 상태로 달리는 것이다. 나는 1km당 6분~6분 30초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이런 페이스로 매일 일정 거리의 마일리지를 쌓는 것도 좋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거리를 늘려서 달리는 것도 필요하다. 5km를 뛰던 사람이 10km를 몇 번 뛰어보면 5km는 정말 쉽게 느껴진다. 실제로 10km가 너무 힘들다고 느꼈던 내가 13, 15, 20km까지 달려보니 대회에서 10km 뛰는 게 훨씬 덜 버겁게 느껴졌다. 즉, 장거리 훈련은 나의 러닝 거리에 대한 부담감도 줄여주면서, 장기적으로는 기록단축에도 도움이 된다.



단, 이 러닝 거리는 본인의 몸 상태나 실력에 맞게 서서히 늘려주어야 한다.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오래 뛰면 다리에 부담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직 오래 뛸 수 있는 다리와 체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너무 긴 거리를 뛰면 안 된다. 예전에 나도 항상 10km 이하만 달리다가 처음으로 10km 이상을 가 봤는데, 12km 정도에서 무릎이 내려 않는 것 같은 느낌이 왔었다. 그렇게 나의 한계를 느끼고 그날은 거기서 달리기를 마무리했었다. 장기적으로 러닝을 하고 싶으면 언제나 우리의 몸 상태를 잘 살피고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 둘의 장거리 훈련 장소는, 날씨가 너무 더운데 새벽에 일어나지 못한 관계로 '산'으로 결정되었다. 트레일러닝화를 신고 물도 챙기고,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달려보기로 했다. 업힐 훈련을 위해 종종 찾는 우리 동네 산이었지만, 오늘은 등산로를 따라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목표 거리는 20km였다. 이미 대회에서 3번의 하프코스를 뛰어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등산로 초입부터 어느 정도 고도로 올라갈 때까지는 정말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걷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업힐은 늘 해도 해도 힘든 구간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올라간 후부터는 우리의 '힘듦'을 희석시켜 주는 요소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등산로는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어 시원하기도 하고 상쾌한 향기까지 느껴졌다. 거기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몸속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큰 업힐 없이 평지에 가까운 길들이 이어져 예쁜 경치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었다. 새소리와 지나는 다람쥐를 만나는 일은 보너스였다. 그런데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아직 질퍽한 땅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신발과 양말이 흙탕물이 튀어 엉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뭐 이런 것이 트레일러닝의 묘미 아니겠는가? ㅎㅎ




' 20km 정도는 갔다 올 수 있지!' 하고 자신했지만, 역시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갈 때는 신나게 달려갔는데, 다시 또 10km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다리도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달리 다른 방법으로도 갈 수 없는 '산'이었기에, 어떻게든 내 다리를 굴려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예쁜 길을 배경 삼아 남편과 사진도 찍고, 내리막길에서는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내려왔다. 그렇게 무사히 집에 도착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지친 발목과 무릎에 아이싱을 해주고 누웠더니,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ㅎㅎ



쉽지 많은 않은 장거리 훈련이지만 마음 잘 맞는 말동무들과 함께 한다면, 가는 길이 결코 지루하지 않고 서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쉬는 날 평소보다 시간을 조금 더 내어 내가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본다면, 나처럼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을 가득 가지고 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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